말 한마디도 예쁘게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2021-03-28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흔히들 앞만 보지 말고 가끔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앞만 보고 달려도 자꾸 뒤처지는 느낌, 무언가 놓치는듯한 느낌에 스스로를 더 옥죄는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몸도 마음도 항상 지쳐 있는 느낌이다.

하루는 학교에서 어떤 이야기 끝에, 내 웃음소리가 행정실을 넘어서 교무실까지 들려 듣고 있는 사람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쑥스럽고 민망한 기분이 동시에 들었지만 다시 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웃음소리로 인해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길을 걷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 두 분이었다. 지금은 길거리에 자신만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무섭도록 끈질기게 주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 누가 말만 걸어도 일단 경계부터 하지만, 내가 어렸던 탓일까 그 시절에는 누가 말을 걸면 순수하게 그 말에 응대했었다. 참 신기한 건, 그 아주머니 두 분이 무슨 얘기를 장황하게 했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단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고 스쳐가는 말로 두 분 중 한 분이 나를 보며 건넸던 말만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어쩜 웃는 것도 참 이쁘네.”

생각해보면 누구나 건넬 수 있는 말이다. 마음을 담아서든, 그저 빈말이든, 나의 호감을 사려는 목적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 말이 참 좋았던 그때 기분이 너무 뚜렷하다. 그 아주머니는 자신이 그런 말을 건넨 사실도, 나라는 사람도 다 잊어버렸을 텐데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내 웃음을 칭찬할 때면 그 순간의 기분도 같이 만끽한다.

인생이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큰 활력을 얻는 것. 그래서 나는 요새 말 한마디라도 이쁘게 하려고 노력한다. 굳이 크게 신경을 써가면서 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누군가가 듣기 좋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이 빈말은 듣는 사람도 다 느낀다. 말이 텅텅 비었다는 것을.

속이 꽉 찬 말이 마음에 갑자기 들어설 때, 그 순간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고 그 사람에게 전해주고자 노력한다. 그 말이 듣는 사람 마음에 곱게 내려앉으면 그 사람의 하루에 따뜻한 빛으로 싹을 틔울 것이고, 그저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 말을 전해주는 순간 내 마음이 따뜻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루에 과연 우리는 얼만큼의 말을 하고 살까? 그중에 내가 꼭 해야만 해서 하는 말 말고,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 하루, 해야 되는 말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보는 건 어떨까. “와~! 선생님, 오늘 옷이 정말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