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의 피리 소리

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2021-03-15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봄은 꽃의 계절이고, 따라서 봄의 감각은 시각에 치우쳐 있다. 그리고 꽃과 불가분의 관계인 향기로 말미암아 후각 또한 비중이 큰 봄의 감각이다. 봄이 오면 새들도 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에 새 소리도 많이 들리기 마련이지만, 청각은 아무래도 시각과 후각을 앞서지는 못한다.

그러나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에게 봄의 감각은 청각이 으뜸이었다.


봄 밤의 피리 소리(春夜聞笛)

誰家玉笛暗飛聲(수가옥적암비성) 누구 집 피리인지 밤중에 날던 소리가
散入春風滿洛城(산입춘풍만낙성) 봄바람에 흩어져 낙양성에 가득하네
此夜曲中聞折柳(차야곡중문절류) 오늘 밤 노래 속에 절류곡도 들려오니
何人不起故園情(하인불기고원정) 누군들 고향 생각이 나지 않으랴


춘곤(春困)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은 잠을 많이 자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봄 밤을 잠 못 들고 있다면,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시인도 봄 밤을 잠 못 든 채 뒤척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 고요한 가운데, 난데없이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시인과 마찬가지로 잠 못 든 누군가가 봄 밤의 외로움을 나직이 피리로 달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런데 때마침 불던 봄바람을 타고 낙양성 전체에 퍼져, 시인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여러 곡조가 들렸는데, 그중에 시인의 귀에 콕 꽂힌 곡조는 절양류가(折楊柳歌)였는데, 이 곡조는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고향을 떠나 외롭게 타향살이를 하는 시인 자신의 처경에 딱 와 닿는 곡조였던 것이다.

곤한 잠을 잔다는 봄 밤에 향수로 잠 못 들고 있을 때, 이를 달랠 방법은 향수를 표현한 노래를 듣는 것이다.

요즘처럼 오디오 기기가 흔치 않던 시기에 이런 노래를 한밤중에 들었다면, 이는 여간 행운이 아닐 것이다. 화사한 봄날에 꽃 빛깔만큼이나 외로움도 짙어질 테니 말이다.

/서원대 중국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