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90대 구급차 타고 `응급실 뺑뺑이'

“발열환자 격리 병상 다 찼다” 6곳 수용불가 회신 119센터 수소문 끝 1시간 만에 충남대병원 이송 급성신우신염 판정 … 자칫 패혈증으로 이어질뻔

2021-03-04     하성진 기자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며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던 90대 노인이 진료 가능한 병원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청주시내에서 `뺑뺑이'를 돌며 장시간을 대기하는 일이 빚어졌다.

청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 종합병원에 발열환자를 격리할 응급실 병상이 모두 찬 까닭이다.

3일 오후 8시10분쯤 충북도소방본부 119상황관리센터에 `응급환자' 발생을 알리는 보고가 접수됐다.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90)가 오한과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119구급대는 곧바로 출동, A씨를 태우고 가까운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향하면서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격리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회신했다.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는 격리병상에서 코로나19검사를 받은 후 음성판정이 나와야만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

구급대는 인근 청주하나병원·한국병원·효성병원, 진천 성모병원 등에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같은 이유에서 응급환자 수용이 이뤄지지 못했다. 병상을 바로 배정받지 못해 `뺑뺑이'를 돈 셈이다.

응급상황인 까닭에 구급대는 센터 상황실에 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센터 상황실에서 수소문한 끝에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격리병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파했다.

A씨는 응급실 6곳에서 `수용 불가'를 알려와 구급차에서 마냥 대기했다. 대기시간은 30여분. 그가 충남대병원 응급실 격리병상으로 이송되는데 추가로 걸린 시간은 1시간이다.

충남대병원에 도착한 A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곧바로 응급치료에 들어갔다. 그는 `급성신우신염'에 걸렸다. 자칫 대기시간이 길어졌더라면 패혈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

급성신우신염은 신장이나 신우의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요도염이나 방광염 등으로 요로 쪽에 생긴 감염이 더 진행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급성 신우신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패혈증이 생겨 사망할 수도 있다.

A씨의 딸은 “발열이 있었기 때문에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격리병상이 없어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급차에서 대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충북 응급시스템을 보면 아버지보다 더 응급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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