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보내면서 세종대왕을 생각한다

독자위원 칼럼

2020-10-11     박광연 (주)코프 대표이사 독자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박광연

 

세종대왕은 나의 중학시절부터 존경해 왔던 위인이다. 대왕은 군자가 가져야 할 덕목인 측은지심이 돈독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를 몸소 실천하는 과정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업적을 가지신 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왕은 그 당시에도 몸에 밴 감성적 리더십을 발휘하신 것 같다. 즉, 왕 즉위한 이후, 빈번한 가뭄에 따른 흉년으로 고생하는 백성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정초, 변계문으로 하여금 전국 각 지방을 돌며 농사 고수의 사례를 수집하게 하고,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영농법을 정리한 책을 펴내게 하였다. 이것이 농사직설이다.

그러나 농사직설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 한문 소양이 없는 일반 대중(우민愚民)은 이를 직접 읽을 수 없다는 아픔이 있음을 느끼고 계셨던 것이다. 이에 말은 있으되, 한자 모르는 백성의 서러움을 해결하고자 정음청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눈병이 나도록 연구개발한 결과 빛나는 한글 창제를 이루시었다.

나는 국어 학자도 아니고, 훈민정음을 연구한 전문학자는 더욱 아니다. 다만, 훈민정음 해례본의 본문(예의편)이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과 글자로써 국가 위신을 세운 글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왕에 대해 이런 존경심을 공감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훈민정음 해례본본문(예의편)을 간단히 상기해 보고자 한다.

세종어제서문은 당시 백성이 사용하는 우리 말은 표기하는 한문 글자와 서로 통하지도 않거니와, 한문 소양이 없는 백성(우민愚民)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한자로 표현하지 못하였다. 이에 대왕은 연민의 정을 느끼시고 가엽게 생각을 하시어 이를 해결하고자 연구개발하여 자음 17자, 모음 11자 합계 28자를 창제하였는데 백성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라고 하시었다.

자음 예를 들어보면, ㄱ은 어금닛소리인데, 군(君)字 처음 발음 시에 나는 소리이고, ㄲ 이렇게 병서(가로로 나란히 쓰기)하면 뀨字 처음 발음 시에 나는 소리와 같다는 설명이다.

모음 예를 들어보면, ㅡ는 즉字 `가운뎃소리'와 같다. ㅣ는 침(侵)字 `가운뎃소리'와 같다는 설명이다.

병서규정은 첫소리을 어울려 쓰려거든 가로로 나란히 쓰라는 것이다.

부서규정은 모음 11字 중에서 ㅡ, ㅗ, ㅛ, ㅜ, ㅠ 여섯 모음은 첫소리 아래 붙여 쓰고, ㅣ, ㅏ, ㅑ, ㅓ, ㅕ 다섯 모음은 첫소리 오른쪽에 붙여 쓰라는 것이다.

연서규정은 ㅇ 를 입술소리(ㅂㅍㅁㅃ) 아래에 이어 쓰면 입술 가벼운 소리(순경음)가 된다는 것이다.

순경음은 현재 와, 워 로 발전되어 글자로서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남도지방에서는 `더워라'를 <더버라>, `아름다워라'를 <아름다바라> 이렇게 아직 쓰고 있으니 흥미롭다.

ㅇ(꼭지 달린 이응)은 현재는 첫소리에는 쓰이고 있지 않으나, 경주, 포항 지역에서는 첫소리 음으로 이(비음)이라는 발음을 하고 있으며, `했습니다'를 <했니이다> 로 발음하고 있기도 하다.

경음(된소리ㄲ, ㄸ, ㅃ, ㅆ, ㅉ, ㅎㅎ) 6字 중 ㅎㅎ(쌍히흣)은 현재표준어로는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지방에는 남아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노인들이 `불켜라'(turn on)는 말을 <불ㅎ혀라> (불써라로 발음됨)라고 아직 발음하는 게 그렇다.

방점규정은 모든 글자는 반드시 초성(첫소리), 중성(가운데소리), 종성(받침)이 함께 어우러야 소리를 이루게 되는데, 거성(去?:높은 소리)은 왼쪽에 한 개 점을 찍고, 상성(처음이 낮고 나중이 높은 소리)은 점이 둘이고, 점이 없으면 평성(평이한 소리) 이고, 입성(받침 있는 소리)은 점 개수와 상관없이 빨리 끝나는 소리이다라는 설명이다.

방점은 현재는 없어졌으나:말(word)·말(horse)/:밤(ches tnut)·밤(night)을 구분해서 발음하고 있는 지방이 있으니 여전히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튼 훈민정음 본문에 관한 내용과 기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새삼스럽지만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훈민정음 해례본 본문(예의편) 언해본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틈나는 대로 줄줄 외우기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