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사찰' 전 국정원 3차장, 1심 징역 8개월

전직 대통령 사찰 사업 벌인 혐의

2020-09-28     뉴시스 기자
이종명, 국고 등 손실만 유죄 판결

"국정원법이 엄격금지한 정치관여"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에겐 무죄



이명박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하고 사찰한 사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의 혐의 중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관련 국고 손실 혐의만 유죄 판단하고, 이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단했다.



이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도록 지시하고, 이에 대북공작금 약 5억3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일명 '데이비슨 사업'으로 불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이 조성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비자금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국정원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전 차장은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차장이 데이비슨 사업을 통해 입힌 국고 등 손실이 가장체수익금(대북공작금) 4억7900만원과 미화 1만달러라고 봤다. 다만 2011년 5월23일의 5000만원에 대해서는 이 전 차장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며 무죄 판단했다.



또 이 전 차장은 2011년 11~12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 제공 의혹이 있던 해외도피사범의 국내송환 비용으로 9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는 일명 '연어'라는 사업명이 사용됐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국정원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전 차장이 원 전 원장과 공모해 국정원 예산 미화 8만5000달러를 횡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이 특명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문성근씨 사찰을 수행하도록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이 권양숙 여사의 중국 방문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본 방문 관련 미행·감시를 하도록 지시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이 실행행위를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차장에 대해서는 "특수공작 해외 파견만으로 직원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김 전 차장이 국회의원 보좌관 PC를 해킹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의 양형에 대해 "이 전 차장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사상 불이익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국정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그대로 수용했다"면서 "이 전 차장의 지위와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은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 조직 구조 하에서 원장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 전 차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게 전혀 없고, 수십년간 군인의 길을 걸으며 국가에 헌신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원 전 원장은 '포청천' 공작팀을 꾸려 운영하고, 당시 유력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상대로 조직적인 사찰을 하며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