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숨, 물숨!

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2020-09-10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바당에서 욕심내민 안 뒈여. 물숨 먹엉 큰일 나난 조심허라 게.”

바닷가에 사는 해녀 할망과 손녀의 이야기인 그림책, 오미경 작가의 ‘물개할망/2020/도서출판 키다리’ 중 한 대목이다. 처음 물질하러 바다에 들어가는 손녀에게  ‘할망이 백번쯤 말한 것 같아.’라고 느낄 정도로 당부하고 또 당부한 말이다.
물개할망은 제주 해녀와 아일랜드 물개 설화에 욕심과 기다림이란 씨실과 날실로 엮은  그림책이다. 물개 여자를 붙잡고 싶어 물개 가죽을 숨긴 아일랜드 설화 속 어부의 욕심, 아이만 두고 바다로 갔을 물개 엄마 애틋한 마음, 육지에 홀로 남아 있는 아이의 기다림!
이런 설화에 제주 해녀와 손녀의 이야기를 더해 끝까지 끌고 가는 작가의 ‘글발 구력’과 글의 행간을 그림으로 이어주는 화가의 ‘붓놀림 구력’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해녀 이야기 그림책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그림책에서 ‘욕심’을 읽어 보자. 물질하는 사람들, 특히 해녀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욕심’이다.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내면에서 떠나보낼 수 없는 감정 중의 하나인가 보다. 욕심에 관한 속담도 많고, 욕심에 관한 말을 만들어 낸 사람도 많은 걸 보니 말이다. 
그 욕심은 사람의 목숨을 해치기도 하고,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보니 ‘인간은 끝없이 욕심을 부리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종국엔 욕심으로 인해 많은 걸 잃고 난 후에야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알고 후회를 한다.
허나, 해녀들에게 바다에서의 욕심은 ‘죽음’을 부르고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탐스러운 해산물, 차오르는 숨을 참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거 같은 거리…. 그것을 잡는 순간이 물숨을 먹는 순간이다.
해녀들에게 금기어가 하나 있다고 한다. 죽음을 부르는 숨, 물의 숨 바로 ‘물숨’이다. 살려고 쉬는 게 숨인데… 바다에서는 숨이, 먹으면 죽는 것이란다. 욕심이란 것과 함께 다니는 물숨이라 그렇단다.
욕심을 버리며 살 수 있을까? 범인凡人으로 살며 그리 할 수 있을까? 책에 대한 욕심은 책을 쌓아 놓게 하고, 자녀들에 대한 욕심은 아이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여 멍들게 하고, 명예에 대한 욕심은 겉을 중시하게 하고, 부에 대한 욕심은 큰 집 큰 차로 향하게 한다.  
해녀들에게서 ‘다스리는 욕망’을 배워보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멈출 줄 아는 법을 배워보자. 자신들의 욕망은 뒤로 하고 자신들이 가꿔 온 바다에서 자식들을 키워낸 우리네 엄마들에게서 조절하는 욕망을 배워보자. 

구숙진

 

내 안에 있는 욕심이라는 감정을 인지하고, 미안하지 않게, 수치스럽지 않게 책을 보고 읽으며 자연스레 스미도록 해 보자.  작은 욕망은 키울 줄도, 지나친 욕망은 줄일 줄도 그리고 지키기 위해서는 멈출 줄도 아는 ‘다스리는 욕망’을 배워보자.

필진
KPCA 그림책 지도사이면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눈책·몸책·그림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