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오문학회와 돌체시대

生의 한가운데

2020-09-01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1970년대 후반 문학을 통한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이 청오문학회를 만들었다.

청오문학회는 2006년 `돌체시대' 1집을 낸 데 이어 2014년 2집을 발간했으며, 2020년 3집 출간으로 충북문학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책은 1부에 청주 문단을 출범시킨 청오문학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은 작고한 이설우, 신동문 민병산, 박재용, 최병준, 오세탁 등 창립회원과 이상훈, 우영, 조장희 등 후에 입회한 회원을 가물가물한 기억과 무거운 마음으로 쓴 글들이 실렸다.

박영수의 글 `신동문의 삶과 청주문학 초창기 이야기'에서는 `기성시의 감옥을 파괴한 부정의 시학'이라며 절필로 부조리에 맞선 신동문 시인을 회고했다. 임찬순은 `밝은 남녘 산 민병산'이란 글에서 파란 많은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무소유와 독신으로 일생을 살다간 비범한 철학자임을 조명했다.

`행동하는 지성과 열정 이설우'를 이야기한 송주헌은 충북문단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이설우를 암울한 시대에 문학 횃불을 높이 든 선각자로 소개했다. 그는 또 `은둔해 있는 거인, 해박한 지성 박대용' 을 따스한 성품의 소유자이자 사진과 시, 글씨에 일가견을 지닌 선비였다고 회고했다.

`꺾이지 않는 올곧은 선비, 문화행정가 최병준'에 대해서는 문화원과 예총, 문단의 궂은 일을 억척스럽게 한 명필가라고 기억했다. `샛길에 열정을 쏟은 법학자 오세탁'은 시집 `오늘의 정 좌표' 와 전국 최초로 `문화재보호법 원론'을 출간한 학자로 조명하고, `영원한 자유인 이상훈'을 가족보다 남을 위한 일에 우선을 두고 살아온 사회적으로 성공한 언론인이자 사회인이라고 했다. `문화와 놀다 간 사람 우영'과 `무지개 타고 꽃나라로 가다 조장희'에 대한 기억도 읽는 내내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밖에도 오세탁의 `그늘의 미학' `사랑 그 서설-보조개' `시월에' `성묘길' `오늘의 정 좌표' `가난한 정감' 등 법학자의 서정시를 실었다. 임찬순, 박영수, 김홍은의 시와 수필, 그리고 윤혁민의 `kbs-TV 드라마 꽃동네 새동네의 추억'과 김문수의 `아버님의 용돈' `민병산 선생의 붓글씨'도 함께 게재했다.

또한 조장희의 동화 `글방의 첫손님', 송주헌의 `엄마의 그늘', 임찬순의 희곡 `작은 파멸', 윤혁민의 드라마 극본 `달빛고향' 이 돌체의 저력을 장식했다.

와 수필, 동화, 소설, 희곡, 극본 등 모두가 주옥같은 글들이어서 읽는 내내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글들이 과연 작고한 회원들의 이야기와 작품이 귀중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잘 이루어냈다고 하겠다.

`돌체'하면 우아한 아름다움이 깃든 부드러움을 상징한다. 청오문학회는 지금 12명의 회원 중 5명이 남아 팔순을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로마군단의 정신같이 순수한 자부심과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소중함을 지켜가고 있다.

송주헌 회장은 말한다. “노을진 저녁에 멀리서 울려오는 종소리처럼 우리는 이렇게 충북문학의 싹을 틔웠노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