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밤 … 차라리 악몽이었길”

충주 신만리 웃세고개마을 폭우에 산사태 … 70대 숨져 주택 유실되고 논·밭 침수 침출수로 지반도 약해져 주택 붕괴 등 위험 `불안'

2020-08-12     이선규 기자
충주시

 

“산사태로 흙더미가 밀려와 바로 코앞의 집 두 채를 쓸어버리고 사시던 할머니마저 목숨을 잃었어요. 밤새도록 양동이로 퍼붓듯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언제 토사가 밀려들지 몰라 그야말로 악몽 같은 밤을 뜬눈으로 보냈어요.”

긴 장마가 잠시 멈춘 12일 방문한 충주시 엄정면 신만리 웃세고개마을은 일부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토사가 논과 밭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등 당시 수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아직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이 마을에는 시간당 최대 71㎜가 쏟아지는 등 무려 417㎜의 장대비가 내렸다.

뒷산에서 밀려온 토사로 주택 2동이 전파되고 70대 할머니가 집과 함께 쓸려 내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곳에서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해 분양하면서 살고 있는 채승숙씨(여·65·충주시 엄정면 신만리 웃세고개마을)는 끔찍한 밤을 보낸 뒤 아직도 무서워 며칠째 이웃마을에 사는 친구의 집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토사가 뒤덮은 단지와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건물로 계속 흘러들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그저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면사무소에도 매일 찾아가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충주지역이 전체적으로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당장 급한 도로와 침수된 주택 등을 처리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라 산사태로 인한 사유지의 토사 제거나 항구적인 복구는 언제나 가능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채씨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피해상황을 촬영해 면사무소에 제출하긴 했지만 도움을 받을 길은 막막하고 언제까지 불안하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침출수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단지 내 주택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고, 일부 택지를 분양받은 사람들도 찾아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농로나 저수지 등에 대한 응급복구는 거의 완료됐고, 산사태 지역이나 사유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라며 “조사가 완료되면 단계적으로 복구계획을 세워 최대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주지역에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평균 441.2㎜의 비가 내렸으며, 호우가 집중된 충주 동북부지역인 엄정, 산척, 소태면에는 600㎜가 넘게 쏟아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11일 현재 사망 2명, 실종 4명, 부상 4명 등 10명의 인명피해와 93가구 18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피해액은 91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군인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3900여명의 인력과 굴삭기, 덤프트럭 등 2600여대의 장비가 동원돼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충주 이선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