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과 가까워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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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김재만 청주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재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철학자들의 주장과 그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그들의 기준에 대한 반론을 내고, 같이 정의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 강조되는 청렴의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가장 나누고픈 사례가 두 가지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최대 행복 원칙 `공리주의'에 관한 것이다.

어느 한 기차가 철도 위를 달리고 있었고 두 개의 철도가 있었다. 직진으로 가는 철도에는 사람 5명이 있었고, 다른 철도에는 사람이 1명 있었다. 직진을 하게 되면 철도에서 일하던 5명이 죽고, 다른 철도로 가면 1명이 죽게 된다. 이러한 경우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행복을 수량화할 수 있다고 하는 공리주의의 시선에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원칙이므로 사람이 1명 있는 철도로 방향을 변경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 5명을 살리기 위해 죽는 사람 1명의 목숨은 정당한 것인가.

또 한 가지는 정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인가 하는 것이다.

2004년 여름,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를 휩쓸었다. 이 태풍으로 인해 22명의 인명 피해와 11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사람들 사이에는 난데없는 가격 폭리 논란이 벌어졌다. 태풍으로 인해 8월 한여름 에어컨 수리를 위해 가격이 치솟고, 집이 무너진 사람들이 갈 곳은 40달러에서 160달러로 상승한 모텔 방이었다. 이러한 바가지요금에 시민들은 분개했다. 해당 지경의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가격 폭리 방지법을 집행하려 했는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반발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가격이 가격 폭리의 기준으로 볼 수 없고 특별한 시장 상황에서 형성되는 가격일 뿐이라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서로 정의라고 생각하는 각자의 기준이 충돌하는 것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수량화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최대 행복이라 하는 공리주의의 주장도 위에 사례에선 정의라 할 수 없다.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가격 상승도 자유경제주의에선 타당한 행동이며 오히려 정부 개입을 지양한다. 사회 대다수에게 지지받는 이론 및 학자의 주장도 반박이 가능하다.

읽으면서 정의란 단어를 볼 때마다 청렴이란 단어가 연상됐다. 왜냐하면 청렴이나 정의와 같은 관념적 개념들은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해 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개인의 정의롭거나 청렴한 기준은 다른 어떤 개인의 입장에선 정의롭지 못하거나 청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개인의 기준은 불완전하며 불완전할 수 있는 개인의 기준은 업무를 처리할 때 청렴의 척도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의 기준과 멀어지고 국가 혹은 상급 기관에서 제시받는 원칙과 법을 숙지해 업무를 하는 것이 가장 청렴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