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칼럼
연금개혁, 제대로 하자
2007-04-26 충청타임즈 기자
국민연금 개혁이 파행적인 모습으로 국회에서 처리된 지 4주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이에 책임을 진 복지부 장관의 사퇴의사 표명과 대통령의 전례없는 사의 수용 유보, 그리고 기초노령연금법안의 거부권 행사 고려 등 숨가쁜 '국민연금 정국'이 이어져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일반과 정치권, 정부 모두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에 대하여 매듭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정치권도 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했다는 연금개혁의 내용이 우리를 실망스럽고 허탈하게 한다. 연금개혁은 대다수 국민의 노후생활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세계 최고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가입대상자 중 주로 하위계층을 중심으로 절반가까이 가입하지 않고 있는 '반쪽연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빈곤한 노인층'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연금의 문제가 일일 잠재부채 800억원 운운하며 재정고갈의 문제만으로 귀착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연금재원은 언젠가는 기금이 아니라 당대의 소득계층들에 의해 충당되어야 한다는 진실을 외면하는 처사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찾자고 극단적인 기금고갈론을 들먹이는 것은 입에 달다고 독약을 먹는 일과 같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기금고갈론을 내세워 '더 내고 덜받는' 연금개혁을 주장해왔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며 민노당과 가입자단체들과도 연대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최근 두 당이 만들었다는 합의안은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외쳐온 재정안정화 효과도, 한나라당이 또한 주장했던 사각지대해소 효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금을 받는 노인인구 중 60% 가까이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게 되며, 기초노령연금은 연금가입을 하지 않은 노인 중 60%에게만 공공부조 형태로 평균소득의 5%에 해당하는 연금을 국가예산으로 지불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런 식의 절충은 국민을 기만한 정치적 야합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우린 이 시점에서 과연 정치권이 연금제도를 다룰 최소한의 양식과 자질이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7대 국회의 정치적 해결능력이야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지만 전 국민의 노후가 걸린 연금개혁을 이런 식의 사이비 개혁으로 끝내려면 차라리 이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낫다.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두려운 모습은 국민들이 연금제도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그간 필요이상으로 조장되어온 기금고갈론도 모자라, 이젠 공적 연금이 겨우 '용돈' 정도만을 보장함으로써 연금무용론까지 가세될 것이 뻔하다.
공적연금이 이렇게 희화화되어 버리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준열히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연금개혁을 정치권이 졸속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정치권은 사이비개혁으로 끝낼 것이라면 손을 떼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국민이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