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2019-10-16     연지민 기자

 

함 민 복

숟가락은 국자보다 깊고
주걱보다 덜 넓지만
국자와 주걱을 반반씩 닮은
숟가락 속에는
무엇이든 함께 나눠 먹는
국자와 주걱의 마음이 담겨 있어
혼자 밥상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마시거나
밥을 퍼 먹을 때
엄마와 아빠가 생각나고
길고양이 소리가 더 잘 들리나 보다

# 생활 속에서 섬세하게 관찰한 눈길이 시로 옮겨지는 순간입니다.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숟가락이지만 시인은 국자와 주걱의 형태를 반반 닮아 깊고 넒은 두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깊이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숟가락의 형태에서 `밥'과 `생존'그리고 `사랑'이라는 삶의 철학을 들여다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