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 4

김태봉 교수의 한시 이야기

2019-09-30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사람이 평생을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먼 길을 걷다 보면 험한 오르막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면 주변 상황도 덩달아 슬프고 외롭고 힘들어 보이게 마련이다.

촉으로 가는 길(蜀道難)4

但見悲鳥號古木(단견비조호고목) 다만 보이노니, 슬픈 새 고목에 앉아 슬피 울고
雄飛雌從繞林間(웅비자종요림간) 수컷 날면 암컷 따라다니며 숲 속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又聞子規啼(우문자규제) 또 들리노니, 자규새 울고
夜月愁空山(야월수공산) 밤 달에 빈 산을 슬퍼하는 소리가
蜀道之難難于上靑天(촉도지난난우상청천) 촉도의 어려움은 푸른 하늘을 오르기보다 어려워서
使人聽此凋朱顔(사인청차조주안) 사람이 이를 들으면 붉던 얼굴 창백해지네
連峰去天不盈尺(련봉거천부영척) 연이은 봉우리들 하늘에서 떨어진 거리 한 자도 못되고
枯松倒掛倚絶壁(고송도괘의절벽) 마른 소나무 거꾸로 걸리어 절벽에 달려있네
飛湍瀑流爭喧豗(비단폭류쟁훤회) 나는 듯한 여울, 사납게 흐르는 물결 다투어 소란하고
冰崖轉石萬壑雷(빙애전석만학뇌) 얼음 언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돌, 온 골짜기에 우레 소리

촉도는 다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데가 있기 마련이다. 한없이 높고도 험한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새뿐이다. 그런데 그 새조차도 슬픔에 겨워 울부짖고 있다. 수컷이 날면 암컷이 따라가면서 숲 사이를 빙빙 돌면서 말이다. 또 그곳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쓰라린 이별의 한을 품은 자규(子規)라는 새의 울음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산에 덩그러니 뜬 달이 사람의 시름을 깊게 하는 곳에서 말이다.
촉도의 가장 험한 곳을 만난 나그네의 슬프고 외로운 처지를 반영하고 있는 주변 상황이다. 촉도에 오르느니 차라리 하늘에 오르는 게 낫다라는 말을 들으면, 방금 전까지 화색이 돌던 얼굴이 창백해진다고들 하는데,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올라야 할 봉우리가 쭉 이어져 나타나는데, 하나같이 높이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자만 더해지면 바로 하늘에 닿을 정도이다. 또한 그곳에서는 소나무가 위로 뻗을 공간이 없어서,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 아래로 자란다. 그곳에서는 물도 흐르지 않고 날아 떨어진다. 그리고 얼음이 언 절벽 아래로 돌이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다.
높고 험한 곳을 여유롭게 표현한 시인의 넉살이 일품이다. 사람이 살면서 겪은 온갖 고초를 해학으로 풀어낸 판소리 사설처럼 들리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