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맘때에는

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2019-08-28     연지민 기자

 

문 태 준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금강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 여름도 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온다는 것은 겨울로 가는 과정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잠자리의 하늘도 곧 사라질 것임을 압니다. 사라진다는 것, 그 안에는 비움이 숨어 있습니다.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와 방식은 각각 달라도 누구에게나 `그맘때'가 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짱짱하게 하늘을 뒤흔들던 여름 우레도 순간 사라진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