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본다

예술산책

2019-06-26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가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지휘자 중 한 명이 금난새 선생님입니다. 필자가 지휘자 금난새를 특이하게 눈여겨본 계기는 예술의전당 기획 프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 TV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일반 청소년들에게 낯선 클래식음악에 해설을 곁들여 친근하게 다가간 모습은, 클래식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였고 프로그램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 지역 음악인들도 시민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공연마당을 열었습니다. 보편적 클래식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신선한 기획프로그램으로 공연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자 창단된`앙상블 모멘텀' 팀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피아니스트 8명과 첼리스트 1명, 드러머 1명으로 이루어져 음악 연주는 물론 춤과 영상, 레이저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며`관객들의 오감만족을 위해 다가간다'는 컨셉을 갖고 의욕적인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리플릿을 통해 당일 연주회의 성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클래식을 기본으로 연출된 공연임에도 무대가 열리기 20여 분쯤, 어느새 공연장을 꽉 채운 객석은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멋진 앵글이었습니다. 가족단위는 물론 군데군데 외국인도 눈에 띄었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는 그랜드 피아노 두 대가 속삭이듯 마주하고, 한쪽에는 멋진 드럼도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황홀한 영상이 홀로그램처럼 공중에 떠다니며, 공연 시작 전 공연을 기다리는 침묵의 10여 분을 지루하지 않게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사회자! 음악방송 전문 DJ 겸 음악칼럼니스트답게 공연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곡해설은 물론, 작곡가와 곡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그것도 재미까지 더한 명쾌한 해설로 공연전체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전설의 록 밴드 퀸의 음악을 멋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Bohemian Rhapsody'를 2 piano 8 hands와 첼로, 드럼이 함께 연주할 때는 그야말로 K-pop 공연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곡과 pop에 대한 치우침만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인들답게 정통 클래식 연주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편곡을 통해, 피아노의 섬세하고 화려한 테크닉을 마음껏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대형 스크린을 통한 감각적 영상은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대 위 연주자들의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클래식 공연에서 연주자들의 긴장은 대개 관객에게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전달됩니다. 그러나 그날 `앙상블 모멘텀' 연주자들은 순간의 긴장조차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만큼의 연습을 통해 저리 큰 무대에서 즐길 수 있을까?”란 생각은 뒤로하고, 그날 그들의 즐거움은 고스란히 관객의 즐거움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벌써 그들의 다음 공연이 기다려지며, 앙상블 모멘텀의 음악에 대한 신선한 도전정신과 클라이맥스 공연에 힘찬 박수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