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2019-04-24     연지민 기자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 꽃이 지면 아슴아슴 초록이 옵니다. 어제 내린 비로 꽃만큼이나 예쁜 새싹들이 손톱만큼 더 짙푸르러졌습니다. 갈 빛으로 누워 있던 대지에도 봄비 따라 가늘게 초록눈이 번져납니다. 하늘을 물들이고, 언덕을 물들이고, 우리의 마음에도 곱게 내려앉는 연초록 빛깔들, 싱그러운 자연의 향연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순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