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다

데스크의 주장

2019-04-23     김금란 기자
김금란

 

기성세대들은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꿈이 없다고.

젊은 세대는 말한다. 꿈꾸고 싶어도 꿈꿀 시간이 없다고.

꿈을 꾼다는 것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는 의미다.

로또를 사도 일주일이 행복한 데 꿈이 있다는 것은 평생 행복할 승차권을 얻은 것과 다름이 없다.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73)가 지난달 유튜브 CEO 수전 보이치키(47)를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 “꿈이 뭐냐?”였다.

박막례 할머니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수전 보이치키를 만났다.

앞서 박 할머니는 지난해 5월 구글 본사에서 열린 `2018 구글 I/O(신기술 발표회)'에 한국 대표로 초대받기도 했다.

박 할머니는 “유튜브의 꿈이 궁금하다”며 수전보이치키에게 질문하자 그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이어 “할머님이 유튜브 채널을 만드신 게 너무 기쁘다”며 “유튜브를 통해 할머님의 꿈을 실현하고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콘텐츠도 만드시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구글의 어머니'로 불리는 수전 보이치키 유튜브 CEO는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2015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가운데 19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수전 보이치키는 일반 사람들이 꿈꾸는 삶 그 이상을 이뤘다. 그런 그녀에게도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는 꿈을 꾸기보다 꿈을 접어야 하는 시기다. 고희를 넘긴 박 할머니 역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보다 어찌 보면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박 할머니와 수전 보이치키의 꿈 덕분인지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꿈꾸는 장래희망직업 5위에 유튜버(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이름을 올렸다.

나이 든 사람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 데 정작 청소년들에겐 꿈이 없다.

무쇠라도 씹어먹을 것 같고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청소년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진로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88.5%는 수업 중 진로탐색활동을 하고, 84.1%는 진로심리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역시 90% 이상이 수업시간 진로와 연계한 활동을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리 학교에서 진로탐색 활동을 하고, 자유학기제를 운영해도 학생들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눈여겨볼 점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희망교육 수준이 높고, 이와 함께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는 비율도높게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희망교육수준은 4년제 대학(석, 박사 포함) 이상이라는 답변은 45.4%인 반면 중학생은 56.0%였다. 희망 직업이 없다는 비율을 보면 초등학생은 10.7%였지만 중학생은 28%로 2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다.

밤 9시가 넘으면 대학 강의실과 연구실은 불이 꺼져도 고등학교는 환한 대낮 같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지만 학원가에는 북적거린다.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달리도록 가리개를 씌워놓은 것처럼 학생들에게 대학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만 보고 달려가도록 만든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