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날” 낙태죄 폐지 “생명 죽은 날”

폐지측 “역사적 진전” vs 유지측 “시대 착오·비과학적 판단”

2019-04-11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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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진 헌법재판소 앞은 찬반 측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오후 2시 48분께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페) 측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졌고, 서로를 안아주기도 했다. 청년·종교계·청소년계·의료계·장애계 등 각계 단체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이날 오전부터 나와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문설희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7년 만에 역사적 진전을 이룬 승리의 날”이라며 “그동안 거리에 나가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요구와 함께 수년에 걸쳐 낙태죄 폐지를 외쳐왔다”고 말했다.

나영 위원장은 울먹이면서 “여성 건강, 생명을 위해 처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폐지되길 바라왔다”며 “이번 판결은 그런 역사가 만들어낸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 일원인 김수정 변호사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주목받아야 할 날”이라며 “오늘 판결은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 온 측은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한 시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저쪽(폐지 주장 측)에서 환호가 터지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2012년 합헌 선고를 뒤집는 이번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김길수 생명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정의가 죽은 날, 태아의 생명이 죽은 날이다. 오늘 헌재의 결정은 예측되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부 여론에 떠밀려 내려진 듯한 느낌”이라며 “사회적 혼란이 온다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