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9-04-03     연지민 기자

 

김 미 희

나는 탯줄입니다
왼쪽 오른쪽 태아 둘과 연결됩니다
몸과 마음이라는 쌍둥이입니다

나를 통해 세상을 듣습니다
밖에서 끊임없이 걸어오는 말을
열심히 듣습니다
세상살이는 듣기가 우선이라 그럴까요
탯줄을 주렁주렁 단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 납니다

탯줄로 좋은 양분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거리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이어폰을 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 일상화되면서 곳곳에 홀로족이 만들어내는 풍경입니다. 시인은 이어폰을 탯줄로 바라봅니다. 엄마와 아기의 생명선은 몸과 마음의 연결선이 됩니다. 선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드는 지구의 소리들. 당신의 이어폰에선 어떤 이야기가 들려오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