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얼마나 있으면 되나?

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2019-03-28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다이아몬드? 비싸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음식? 중요하다. 하지만 안먹어도 상당히 오래 견딜 수 있다. 물? 매우 필요하다. 안 먹으면 한 달을 못 간다. 공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공기가 없으면 몇 초도 견디지 못한다. 이 중요한 공기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필요할까?

이렇게 중요한 공기의 중요성을 우리는 얼마나 알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물고기에게 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게 뭔데?”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물고기에게 물이 얼마나 무거우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물고기는 “물이 무슨 무게가 있다고 그래?”하면서 의아해 할 것이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에게 물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물의 존재 자체를 모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물고기를 우습게 생각하겠지만, 공기가 무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공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공기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여러분이 있는 이 방안에 있는 공기 무게는 얼마나 될까? 사과 한 개 정도? 아니면 수박 한 통 정도? 아니면 한 사람 몸무게 정도? 여러분은 이 방의 공기 무게가 대략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과학자들이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1㎥ 속에 들어 있는 공기의 무게는 대략 1.2kg이다. 그렇다면, 가로가 4미터, 세로가 4미터, 높이가 3미터 정도 되는 방 안에 있는 공기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런 방의 부피는 48㎥이니 무게가 약 58kg 정도 된다. 한 사람의 몸무게와 거의 맞먹는다.

공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그렇게 가벼운 기체가 아니다. 태풍이 불 때를 생각해 보라. 공기가 그렇게 가볍다면 바람에 자동차와 집이 날려 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공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듯이 공기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지만, 공기는 실제로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은 공기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사람이 살기에 필요한 주거 공간을 그 집에 들어 있는 공기 무게로 규정할 수는 없을까? 믿거나 말거나 사람은 자기 몸무게만 한 공기가 들어 있는 주거 공간이 적합할 것이라는 내 나름의 가설을 만들어 보았다.

가장 많이 선호하는 32평짜리 아파트를 생각해 보자. 이 아파트에 들어 있는 공기 무게는 얼마나 될까? 1평이 3.3㎡이니 32평은 약 10㎡가 되고, 높이를 약 3미터로 보면 32평 아파트에 들어 있는 공기의 부피는 약 300㎡다. 그러면 공기의 무게가 약 360kg이다. 그러면 한 사람의 몸무게를 약 60kg으로 잡으면 대략 6명의 몸무게에 해당한다.

어떤가? 32평에 여섯 명이 산다면? 그럴 듯하다. 그런데 대부분 세 식구가 산다. 세 식구의 몸무게는 기껏해야 150kg 정도이다. 그렇다면, 20평이면 충분하고도 남는 공간이다. 점유하고 있는 공기의 양을 생각해 보면, 60평 80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중요한 것이 공기이니, 인간 생활의 기준을 공기에 두자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다. 부동산세를 산출할 때 이 개념을 적용하면 어떨까? 식구들의 몸무게와 집 안에 들어 있는 공기의 무게를 비교하여, 공기의 무게가 많으면 중과세를 하고 적으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 말이다.

웃긴다고? 국제주거환경 기준에 의하면 1인당 15제곱미터를 권장하고 있다. 이 정도 면적이라면 높이를 3미터로 했을 때, 그 안에 들어 있는 공기의 무게는 대략 54kg 정도가 된다. 국제기준도 사는 사람의 몸무게와 비슷하다. 나는 그냥 장난삼아 생각해 본 건데, 그것이 국제 권장 주거 공간과 거의 맞아 들어가다니! 공기, 너무 흔해서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공기. 고마운 존재는 언제나 자기 존재를 들어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