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자 부담 증가율

데스크의 주장

2019-02-25     이재경 기자
이재경

 

버는 돈은 찔끔 늘었는데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평균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1년 전 보다 돈을 더 번 집들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 가계 이자 부담 증가율은 24.1%나 늘어났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금융기관에 100만원의 이자를 냈던 가구가 1년이 지난 2018년 4/4분기에는 124만원의 이자를 내야 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이자 부담액만 무려 24%가 급증한 것이다.

소득 분위별 빈부 격차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1~5분위 별 월평균 소득액을 보면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7.7%나 줄었다. 차하위 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의 가계소득 역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그러나 상위 20%인 5분위는 월평균 소득이 932만4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4% 증가했다. 차상위 계층인 4분위(소득 상위 20~40%)도 4.8% 증가해 월평균 소득이 557만원에 달했다. 이자 부담액 증가율을 보면 3, 4분위 근로자 가구의 부담액이 크게 늘었다. 3분위 근로자 가구의 경우 이자 비용 증가율이 53.9%, 4분위 근로자 가구는 84.9%에 달했다. 주택 비용이나 사업 자금 등 가계 부채가 수년간 급증한데다 은행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미 두 달 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계 소득 증가율이 장기간 가계 부채 증가율을 웃돌고 있자 경고음을 낸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가계 소득 악화와 대출 금리 추가 상승,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이 발생하면 소득 규모가 줄어드는 가구에서부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원론적인' 잔소리 같다. `갚아야 할 돈이 많은 차주'에게 문제가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계 이자 부담 증가율이 급증한 것은 서울 등 도시지역의 주택 가격 급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불과 3년여 사이 두 배 이상 급등한 아파트의 경우 신규 주택 매수자는 수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금 2억원을 가진 부부가 3년 전에 5억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3억원의 대출만 받으면 됐지만, 현재 이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으로 올랐을 경우 7~8억원 대 규모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걱정인 것은 1년여 전 급등한 도시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버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강남은 지난해 초 최고 15억원 대에 거래된 89㎡ 형 아파트가 불과 1년 새 4억원이나 가격이 하락했다. 평생 번 돈에다 10억원 대 규모의 대출을 끼고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한 부부에겐 `재앙'이 닥친 셈이다. 곪아 터져버릴 때까지 지켜보다가 뒤늦게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서 시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