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가 필요하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12-26     연지민 기자

 

오 규 원

빈자리도 빈자리가 드나들
빈자리가 필요하다
질서도 문화도
질서와 문화가 드나들 질서와 문화의
빈자리가 필요하다

지식도 지식이 드나들 지식의
빈자리가 필요하고
나도 내가 드나들 나의
빈자리가 필요하다

친구들이여
내가 드나들 자리가 없으면
나의 어리석음이라도 드나들
빈자리가 어디 한구석 필요하다

# 쓸쓸하고 강퍅한 세밑입니다. 언제부터 달리고만 왔을까요. 막상 한해를 돌아보고 잠시 쉬어가려 보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빈자리도 빈자리가 필요하다'는 시인의 말처럼 나에게도 `나'가 필요했음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음을 느낍니다. 부산하게 달려온 모든 것에 잠시라도 빈자리를 내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