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못하는 것은 정신적 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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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김구환 청주시 하수처리과 주무관
김구환

 

세상에는 난치병이 참으로 많다. 불행하게도 병에 걸리게 되면 사람들은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병에서 헤어나려 한다. 그런데 그런 신체적인 난치병 말고도 병명도, 원인도 모르는 정신적 난치병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병에는 별로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신체적인 난치병보다도 정신적 난치병이 주위의 더 많은 사람에게 해악을 끼쳐주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필자는 정신적인 난치병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참지 못하는 병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 즐겨 보던 서부 영화에서 악당이 사람을 인질로 잡아 총부리를 갖다 대고는 `난 인내심이 없거든…'라고 곧잘 했는데 이는 서부 영화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대사로 떠오른다. 인내심은 다시 말해 참을성이다. 그런데 서부 영화 시대가 아닌 요즘에도 주위에서 형태는 변형됐다 해도 `난 인내심이 없거든…' 하는 투의 소리와 행동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남의 말을 끝까지 끄덕이며 잘 들어주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특히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 분위기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는 사람 또는 여러 사람에게 혼자만이 중요한 듯한 사람 앞에서는 참을성의 한계를 금방 드러나고 계속될 때는 중간에 끊어 버리고 투명인간으로 치부해 버린다.

피타고라스는 60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형제회를 조직해 학문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색적인 학생 선발 기준이 있었다고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학생만 받았다고 한다. 귀를 세심하게 열어두고 눈과 입을 닫는 것이 가르침의 조건이었다고 하니 그때도 이런 참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 자는 사회적으로 퇴출 대상이 됐는가 보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병은 그렇게 치료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독일의 정신의학자인 크레펠린은 어떤 행동이 자기 자신에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하려는 충동이나 유혹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그 행동을 하게 되는 충동의 통제할 수 없는 속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장애들이 강박적인 특징을 보인다 했다.

즉 이와 같은 충동은 불안, 긴장, 그리고 다른 부정적이거나 불쾌한 감정과 관련돼 있으며, 충동은 어떤 행동을 하려는 추동(drive)이 갑작스럽고 즉각적으로 폭발해 대개 순간적이고 신중함이 결여돼 있고, 병적인 충동은 본래의 충동이 약간 왜곡된 것으로 극단적인 긴장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게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은 그만큼 그리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데 유독 나이가 들수록 이런 고질병은 오히려 덧나고, 점점 인내를 모르고 충동적으로만 바뀌고 있는 것은 나도 정신적 난치병에 걸렸기 때문인가?

공자님은 20세를 약관(弱冠)이라 해 성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느껴야 하고, 30세는 이립(而立)으로 삶의 목표를 세워야 하며, 40세는 불혹(不惑)으로 쉽게 현혹됨이 없이 주체적인 사람으로, 50세는 지천명(知天命)으로 하늘의 뜻을 알고 따라야 하며, 60세는 이순(耳順)으로 귀로 들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해 도리에 순응해야 한다 했거늘 내 나이 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아직도 귀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나 또한 요즘 세대의 정신적 환자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