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론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10-10     연지민 기자

 

정 일 근

풀 한 포기 밟기 두려울 때가 온다
살아 있는 것의 목숨 하나하나 소중해지고
어제 무심히 꺾었던 꽃의 아픔
오늘 몸이 먼저 안다
스스로 그것이 죄인 것을 아는 시간이 온다
그 죄에 마음 저미며 불안해지는 시간이 온다
불안해하는 순간부터 사람도 자연이다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 요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유로운 듯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이 커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두려움은 지난한 삶을 살아가면서 얻어진 것으로 내 안에 공감 코드가 많이 새겨진 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풀 한 포기 밟는 것도 두려울 때가 온다'는 시인의 말이 가슴을 툭, 칩니다. 무심코 지은 죄조차 누군가를 아프게 한 건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하는 것, 나이가 주는 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