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좌구산 삼기저수지

충북 역사기행

2018-09-12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김명철

 

증평군을 대표하는 최고봉 좌구산은 해발 657m의 별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최고봉으로 청주시와 괴산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의 모양이 거북이(龜)가 앉아(坐) 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좌구산(坐龜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좌구산에서 증평시내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저수지가 하나 있다. 율리 저수지로 불리는데 정확한 이름은 청주와 괴산으로 가는 세 갈래 갈림길이란 뜻의 삼기(三岐)저수지다. 이 호수 주변으로는 예쁜 둘레길이 설치돼 있어 멀리 증평시내를 조망하며 호수에 비친 산그늘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둑방길 끝에는 등잔길이 있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삼기리 서남쪽 작은 골짜기를 지나던 중 그곳에 사는 처녀를 보자 첫눈에 반해서 사랑하게 되었고, 과거를 본 후 반드시 돌아와 결혼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처녀는 매일 밤마다 등잔불을 들고 골짜기 입구에서 선비를 기다렸는데, 그 등잔불 때문에 골짜기 일대가 낮처럼 환했다고 한다. 3년이 지난 4월 그믐날 밤에 등잔을 들고 하염없이 선비를 기다리며 서 있던 처녀는 죽어 망부석이 되었는데, 그 길을 걸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도 전해져서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걷는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호수 주변 산책로에는 백곡 김득신의 일대기를 알게 하는 예쁜 자료들과 시가 적힌 시비들이 전시되어 있어 시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걸으면 역사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호수를 거의 한 바퀴 돌 때쯤 호숫가에 우뚝 선 불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2002년 3월 15일 충청북도문화재자료 제36호로 지정된 증평 율리 관음보살입상이다. 율리 마을 입구에 있는 관음보살입상은 머리에 높은 보관을 쓰고 있는 모습인데 비바람에 마멸이 심한 상태이다. 이 불상은 높이 2.1m 정도이며 보관의 아랫부분에는 굵은 띠가 둘러져 있고 정면에는 둥근 장식이 있으나 문양은 손상되었다. 불상의 양쪽 귀는 길게 늘어져 어깨까지 닿아 있고 목은 짧은 편인데 불상의 목 주름인 삼도의 흔적이 보인다. 몸체는 전체적으로 육중하고 양감이 풍부하여 원만한 인상을 풍기는데 얼굴 부분도 손상되어 있다. 오른손은 가슴에 얹고 왼손은 늘어뜨렸다. 불상의 법의는 양어깨를 통으로 모두 감싼 형태로 양쪽 다리에는 각기 밀착된 옷 주름이 늘어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상의 발부분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받침돌에 묻혀 있어 정확한 조각의 형태를 알 수 없어 아쉽다.

이 석불은 현재 서 있는 곳보다 아래쪽에 있었는데, 1979년 저수지 건설로 지금의 자리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충청북도 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관모를 쓴 조각 양식상의 특징을 나타낸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된다.

삼기 저수지 산책로를 걷다 보면 거북이 가족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는 쉼터가 나온다. 김득신 선생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대기만성의 위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엄청난 노력으로 남들은 은퇴할 나이인 59세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니.. 조선 중기 최고의 시인이며 학자로 칭송받은 선생을 생각하며 자연과 역사가 조화를 이루는 좌구산의 정기가 서린 삼기 저수지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