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제대로 하자

충청논단

2018-09-09     권혁두 기자
권혁두

 

2004년부터 지금까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53개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제정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서다. 수도권과 지방의 개발 격차와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부정할 수 없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론과 이전 기관의 저항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렇다면 153개 기관의 이전이 지역 간 불균형을 바로잡는 성과를 거뒀는가. `아니올시다'가 답일 것 같다. 그동안 수도권과 지방의 개발·인구·소득·기회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개선될 문제도 아니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미미한 것은 정책의 실천이 형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전한 기관의 종사원 중 가족을 동반한 비율은 40%에도 못 미친다. 혁신도시에 전입한 인구의 85%가 해당 시도 주민이다. 혁신도시로 인구가 유입된 것이 아니라 혁신도시를 유치한 시도 내에서 인구의 이동만 있었을 뿐이다. 혁신도시라는 이웃을 만난 덕분에 인구가 팍 줄어, `머지않은 장래에 소멸될 도시'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자체가 적지않다.

협력업체나 유관기업, 연구기관 등을 동반한 기관도 극소수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기업 분양용지인 혁신클러스터는 전체 면적의 20% 정도만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니 고용효과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채용한 직원 중 지역 출신은 13.3%에 불과하다고 한다. 홀로 내려왔다가 주말이면 가족에게 돌아가는 1인 가구가 60%에 달하다 보니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세 증가 등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애초 목표는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정부가 2차 혁신도시 사업에 착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강조한 후 당정이 박차를 맞춰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 대상인 122개 기관을 검토·분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추진 과정은 1차 때보다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가족이 생이별해야 하는 가슴 아픈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지방분권위원장을 지내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주도했던 그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는 “서울을 황폐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앞으로 주요 반대 논거로 제시할 것이 지난 1차 혁신도시 사업의 미흡한 성과일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반박인 만큼 치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사업을 서둘기보다는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드러난 부작용과 미비점을 해소할 수 있는 치밀한 보완책부터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실시한 혁신도시 정주여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4%만 만족을 표했다. 절반이 넘는 54.4%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들의 불만은 교통·교육·문화 등 주거환경 전반을 아우른다. 이전 기관의 구성원과 가족의 동반 이주 없이 혁신도시는 자립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 이산의 불편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일한 전망이 지금의 초라한 결과를 낳았다.

기업들은 분양가가 주변보다 높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분명치않고 지원 수준도 미흡하다는 불평도 들린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무이자에 장기 외상으로 땅을 분양하면서까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만도 못한 기업 유인책으로는 방대한 혁신클러스트를 채울 수 없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가족의 동반이주를 유도하고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혁신도시와 행정도시들이 자체 경제권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했다 역풍을 맞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