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본 지 오래인 듯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9-05     연지민 기자

 

장 석 남

가을 꽃을 봅니다
몇 포기 바람과 함께하는 살림
바람과 나누는 말들에
귀 기울여
굳은 혀를 풀고요
그 철늦은 흔들림에 소리나는
아이 울음 듣고요
우리가 스무 살이 넘도록 배우지 못한
우리를 맞는 갖은 설움
그런 것들에 손바닥 부비다보면요
얘야 가자 길이 멀다
西山이 내려와 어깨를 밉니다
그때 우리는 당나귀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타박타박 길도 없이
가는 곳이 길이거니
꽃 본 지 오래인 듯 떠납니다
가을은 가구요

# 시를 읽다 보니 쓸쓸해지다 무연해집니다. 가을 정서가 짙게 묻어나기 때문일 겁니다. 가을꽃은 겨울을 지나고 봄과 여름을 지나야만 비로소 얼굴을 내밉니다. 화려하고 역동적이게 피는 봄꽃과 달리 가을꽃은 수수합니다. 겨울을 앞두고 피는 꽃이어서 일까요, 가을꽃에 괜스레 짠한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머뭇거릴 새도 주지 않고 떠나갑니다. 꽃 본 지 오래인 듯 미련을 남기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