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림에서 `완성'이란 무엇일까요?

예술산책

2018-09-05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작품제목

 

강석범

 

필자는 전공 관련해 아동미술대회 심사 요청을 받아 매년 한두 번씩 아이들의 작품을 보러 갑니다. `아동미술대회'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지요? 각종 그림도구를 한 아름 둘러맨 부모들과 장난꾸러기 아이들,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아침 일찍 근사한 나무그늘에 자리 잡은 엄마들, 온 가족이 주말을 맞아 행복한 그림 그리기가 시작됩니다. 먹거리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뛰어놀기도 하고 정말 행복한 하루입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두어 시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썰렁한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아이들은 그림을 다 그렸다며 뛰어놀고, 엄마들은 아직 멀었다며 아이들을 혼내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그림의 완성'이라는 기준이 부모와 아이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림의 `배경'에 대한 시각차이입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림에서 배경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주인공을 그리면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게 맞습니다. 어른들은 어떨까요? 어른의 눈에는 주인공만 그리고 배경을 켄트지 그대로 놔두는 건 미완성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경을 꽉 메워야 비로소 완성입니다.

“여기는 왜 안 칠해? 빨리 여기 칠해” “켄트지가 보이잖아. 거기 다 칠해”아이들은 울상이 되어 버립니다. 아이들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다 그렸는데 엄마는 왜 그러지?”엄마의 기세에 눌려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아이들은 왜 그곳에 그 색을 칠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태도가 성에 안 차면 이제 엄마들이 직접 나섭니다.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엄마들의 솜씨자랑이 시작됩니다. 왜? 그림의 완성을 위하여.

대개 심사위원들은 아동의 발달단계와 평균적 특성을 이해하기에, 아동의 솜씨냐 아니냐를 큰 틀에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그림들, 심사위원들의 눈과 마음을 쏙 붙드는 그림들은 대개 배경을 의무적으로 칠하지 않은, 주제가 강하고 단순하게 표현된 그림들입니다. 그럴수록 심사결과에 대한 엄마들의 불만은 노골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 어떻게 상을 받을 수 있나 하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아이들의 그림에서 완성이 무엇일까요? 맹목적으로 빈틈없이 켄트지를 메우는 게 완성일까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이들 그림에서 완성은 아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만큼이 완성일 수 있습니다. 그게 아이들의 생각이니까요. 혹 어른들의 시각에서 미완성일 수 있더라도 최소한 의무적으로 배경을 칠하도록 강요된 완성작보다는 그들의 생각만큼 놀아댄 그림이 충분히 더 좋은 작품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문인화 그림들은 주제표현이 곧 완성의 의미를 갖습니다. 문인화 작품에서 하얀 화선지 배경에 붓을 대지 않은 것은 미완성이 아니라 주제와 어우러지는 `여백'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림에는 그러한 공간도 필요합니다. 공간을 색으로 다 메우는 답답한 그런 공간이 아니라, 주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여유 있는 심리적 공간도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