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ARMY

행복을 여는 창

2018-09-02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나는 한류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 BTS WORLD TOUR `LOVE YOURSELF'서울공연이 시작되는 잠실에 있다. 사만오천개의 좌석에 빈 곳이 하나도 없다. 많은 콘서트에 갔었지만, 오늘은 분명히 무언가 다르다. 가수와 관객이 따로 없다. 가수가 주인이 아니라 관객이 주인이다. 서로 부르고 같이 대답한다. 무대와 객석도 하나다. 모든 것이 전체로 연결된 거대한 신경망이다. 서로 자극하고 함께 반응한다. 반응은 공감을 만들고 거대한 파동을 일으켜 신명나는`축제의 판'을 만든다.

축제(祝祭)는 축하와 제사를 함께 품고 있다. 우리 조상은 계절의 절기마다 삶의 시기마다 축제를 벌였다. 축제는 신께 드리는 제사다. 원하는 것을 위해 빌거나 받은 무언가에 감사한다. 제사가 드려지면 신이 강림한다. 신의 강림으로 일상의 공간은 거룩한 성(聖)의 공간으로 변화된다. 성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신의 말씀을 듣고 신과 하나 되며 거룩해진다. 한마디로 신과 사람이 연결되는 거룩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축제는 또한 잔치다. 신의 강림에 기뻐하며 신명나는 잔치로 소통하고 공감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문화고 종교의 출발이다. 신의 말씀과 신명난 잔치로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일상의 공간인 俗에서 거룩한 공간인 聖으로 넘어가기 위해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몸을 정결히 하고 음식을 절제하며 나쁜 생각과 행동도 금한다. 긴 시간 동안 정결의 기다림과 특별한 징표의 출현으로 축제의 카오스가 시작된다.

`LOVE YOURSELF'콘서트에 신은 강림하지 않는다. 말씀도 내려오지 않는다. 오직 진심의 이야기만 존재한다. 방탄의 진심 이야기에 아미가 반응하고 공감이 되어 함성의 울림으로 퍼진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story)다. 오늘날 축제에는 신이 사라지고 이야기와 잔치만 남았다. 방탄은 이야기한다. 랩과 노래와 춤과 영상으로 진심을 보여준다. 누구는 방탄의 인기 비결이 SNS라고 하지만 아니다. 이야기다. 진심을 담은 이야기가 이들의 힘이다. 사랑하라 한다. 자기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 한다. `LOVE YOURSELF'기승전결은 자기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진심의 이야기는 삶에 지쳐 희망이 사라진 젊은이들에게 힘을 준다. 자기에 대한 사랑은 이기적이지 않다. 이웃을 사랑하려면 먼저 자기를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내 사랑이 가득 차야 다른 이에게 흘러갈 수 있다. 방탄의 진심 이야기에 공감한 사람들은 아미가 되고 아미는 방패가 되고 비상의 날개가 된다.

나는 반딧불이다. 스스로 발광하여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다. 아미밤이 혼자 빛을 낸다. 빛은 문장이 되고 그림이 된다. 사만오천개의 아미밤이 블루투스로 연결되고 방탄의 이야기에 반응한다. 거대한 잠실 운동장이 아미의 화선지가 되고 방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방탄은 말하고 아미는 그린다. 둘이 밝히는 빛은 거대한 뇌와 같다. 반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불빛은 뇌의 신경 회로다.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로 희망을 만드는 거대한 방탄의 뇌 안에 앉아있다. 참으로 장관이다. 거대한 무대보다 화려한 영상보다 신비한 효과보다 빛나는 조명보다 아미의 반딧불이 더 감동적이다. 이들이 함께 만드는 진심과 사랑의 이야기가 `LOVE YOURSELF'의 대답이 된다. 반딧불처럼 빛나는 아미밤은 거룩한 聖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징표이고 자기를 규정하는 상징이다.

“나는 소중한 존재다.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자”는 BTS의 진심 이야기와 ARMY가 만들어낸 `LOVE YOURSELF'콘서트의 진심이 통한 것인가? 콘서트 전까지 내리던 비가 막이 오르자 그치고 막이 내리니 장대비로 퍼붓는다. 오늘 잠실에서 우주는 이렇게 BTS와 ARMY의 진심에 반응했다.

한류문화가 한발 더 나가기 위해서 이야기가 필요하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진심과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한류문화를 꽃피우는 시작이자 완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