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思索)의 계절

時 論

2018-08-30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가 지나고 이제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1년 24절기 중 15번째 절기인 백로는 태양 황경이 165도가 되는 시점으로 사색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낮 동안 폭염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끈적이게 하며 괴롭히던 열대야가 홀연히 사라진 가을밤, 창문으로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심신이 절로 청량하다. 못 다한 인생 공부를 해 마칠 수 있는 호시절이 아닐 수 없다.

인생 공부라고 해서 뭔가 심오하고 대단한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함으로써,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해지도록 하는 것이 인생 공부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런데 말과 행동은 생각에 따른 2차적 마음 작용인 까닭에, 바른 생각만 전제된다면 바른말과 바른 행동에 따른 행복한 삶은 저절로 펼쳐진다. 따라서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인생 공부의 요체며, 지혜로운 마음으로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길 중 하나가 바로 사색(思索)이다.

무엇을 어떻게 사색해야만, 바른 생각의 토대 위에서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함으로써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사색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그 다양한 방법 중에서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평생에 걸친 치열한 궁리와 참구를 통해 인생의 비밀을 깨닫고, 진주조개가 한 알의 진주를 토해내듯, 올곧고 행복한 삶의 지름길을 설파해 놓은 성현들의 말씀을 곱씹으며 깊은 사색에 잠기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이 방법이 가장 쉽고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지름길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성현의 여러 말씀 중에서 “射有似乎君子(사유사호군자) 失諸正鵠(실저정곡) 反求諸其身(반구저기신), 즉 활쏘기는 군자와 유사하다. 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몸에서 구한다.”는 중용의 구절이 떠오른다. 공자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군자라면 자신이 쏜 화살이 과녁을 빗나갔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문제의 원인 및 해결 방안을 모색할 뿐, 활과 화살을 탓하거나 바람과 과녁을 원망하는 등 타인에게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감정의 배설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불기지) 患其不能也(환기불능야) 즉,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 없음을 걱정하라”는 공자님의 말씀과 “正己而不求於人(정기이불구어인) 則無怨(즉무원), 즉 자신을 바르게 할 뿐, 남에게 바라는 바가 없으니 원망 하거나 원망받을 일이 없다.”는 중용의 말씀도 떠오른다. 가을밤 깊이 사색하고 또 사색한다면, 제 발등의 불도 끄지 못한 채 타인 발등의 불을 끄려 하거나, 내 눈의 들보를 빼지 않은 채 타인 눈의 티끌을 빼려는 어리석은 짓은 결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나에게서 비롯되어 나에게로 귀결되는 까닭에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인 것은 물론, 이 세상뿐만 아니라 우주의 주인공'이란 사실도 덤으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