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2018-08-29     연지민 기자

 

오장환

 


누나야、편지를 쓴다.
뜨락에 살구나무 올라갔더니
웃수머리 둥구나무、
조-그만하게 보였다.
누나가 타고간 붉은가마는
둥구나무 샅으로 돌아갔지.
누나야、노-랗게 익은
살구도 따먹지 않고
한나절 그리워했다.

# 한 줄 한 줄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편지입니다. 가마 타고 시집가는 누나를 바라보는 어린 동생의 마음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한 세기도 안 된 한국의 정서입니다. 자본주의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가마도, 둥구나무도, 편지도, 가족마저도 해체되고 흐릿해졌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그날이 그리움으로 꽉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