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음화

타임즈 포럼

2018-08-28     박윤희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윤희

 

“선생님, 한국어는 재미있는데 문법이 너무 어려워요.”

비음화 현상에 대한 설명을 듣는 유학생들의 반응이다. 중학교 때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문법을 요즘 매일 본다. 나는 외국인들에게 문법을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민한다. 문법은 한국 사람에게도 어렵다. 그런 문법을 외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교사의 몫인 것 같다. 비음화 현상의 문법을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음화란 비음이 아닌 음을 비음으로 바꾸어 발음하는 것으로, 받침 ㄱ, ㄷ, ㅂ 뒤에 비음 ㄴ, ㅁ이 오면 받침 ㄱ, ㄷ, ㅂ이 각각〔ㅇ, ㄴ, ㅁ〕으로 바뀌어 발음된다. 그저 단순히 외운다고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어문 규칙이나 불규칙의 문법 속에서도 나름의 원리와 규칙이 있다.

받침 ㄱ, ㄷ, ㅂ은 발음이 딱딱해서 발음하기 어려운데 뒤에 ㄴ, ㅁ(비음)이 오면 ㅇ, ㄴ, ㅁ(비음)의 부드러운 발음으로 바뀐다. 단순히 하나의 문법으로 생각하기에는 그 속에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냥 말하는 것보다 콧소리(비음)로 말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고 쉽게 허락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비음화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음한다. 우리가 영어 회화를 잘하려고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와 같다. 원어민은 왜 그렇게 발음해요? 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어려운 문법을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발음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우리가 과학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욕심에 의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게 된다. 하지만, 자연은 다시 인간을 품는다. 이렇듯 모든 것을 품고 감싸는 것이 부드러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원리나 이치가 그저 단순히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법칙이 있음을 종종 깨닫게 된다. 모든 만물은 힘이 세건 약하건, 크건 작건 저 나름의 규칙에 맞게 살아가고 있다. 개미들이 일렬로 줄지어 가는 것도 그들만의 법칙이 있어서가 아닐까?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도 부드럽게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래서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있나 보다.

우리는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해와 바람의 내기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한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닌 따뜻한 해였다는 사실을. 이런 동화를 읽고 자랐음에도 우리는 그저 동화 속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강함이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촛불시위로 정권을 바꾸는 힘 또한 강한 무력이 아니었기에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력시위가 아닌 부드러움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를 믿게 된 순간이었다.

나아가 남북 간의 문제에서도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이번 계기로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북한이 서서히 변화되리라 기대하게 된다. 아직도 핵이라는 무섭고 강한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들 앞에 우리는 대응하기보다는 포용으로 기다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요즘 남편이 하는 일이 잘 안 풀리는지 저기압이다. 평소 애교 없고 무뚝뚝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오늘은 큰맘 먹고 남편에게 콧소리로 말을 걸어 봐야겠다.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