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 공방

데스크의 주장

2018-08-27     이재경 기자
이재경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휴일인 일요일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최근 고용 지표와 분배 지표 악화를 계기로 야당 쪽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를 주장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서다.

그가 기자간담회를 스스로 요청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언론에 `인색했던'그의 이번 간담회는 그만큼 청와대의 상황이 다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간담회엔 김현철 경제보좌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대거 참석했다.

장 실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한 발언은 사실상 대국민 성명이나 다름없었다. 골자는 `흔들리지 않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강하게 추진, 경제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연일 맹공을 퍼붓는 야당의 공세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이 (악화한 경제 지표 등)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언급하며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언론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50여년 지속된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경제 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주목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그의 인식이다. 그는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시인하면서도 `큰 틀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2년 새 29%나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인상률 때문에 당장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로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발언이었다.

같은 날 오후 한국경제신문이 보란 듯이 반박 기사를 인터넷판에 올렸다. 거시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메일 인터뷰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배로 교수는 장하성 실장과는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혔다. 특히 한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조치에 대해서는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 `명백히'나쁜 아이디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경제 성장은 이전지출(移轉支出, 사회보장금 또는 보조금처럼 정부가 반대급부 없이 지급하는 돈)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창업과 기업 운영을 쉽게 하는 제도, 양질의 교육, 신용에 대한 접근성, 건전한 세제 등이 오히려 경제 성장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이튿날, 장하성 실장의 기자간담회 언급 내용이 보도되자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무데뽀'라는 원색적인 말을 써가며 공격에 나섰다. 무데뽀는 `無鐵砲, 無手法'의 일본어 발음을 딴 말로 분별이 없이 막무가내인 사람이나 행동을 뜻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장 실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말, 주초 이틀간 있었던 청와대와 언론, 야당의 소득주도 성장 공방.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것인지, 온 국민이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