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의 미소

生의 한가운데

2018-08-27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그 누가 저 산을 오르려 하는가 굴러 내리는 바위는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 신들은 시시포스에게 산꼭대기까지 거대한 바위를 올려야 하는 형벌을 내렸다. 그런데도 시시포스는 단 한 번도 그것을 거역하거나 신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 바위가 굴러 내릴 때마다 시시포스는 울분을 토할 것 같았지만 어쩌면 이미 준비된 각오였는지도 모른다.

신들이 형벌을 내리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사건이 있었다. 그 언젠가 카뮈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시시포스가 사는 코린트 성에는 물이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그로 인해 고통이 끊이질 않았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찾아가 물을 달라고 애원하였다. 신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던 시시포스는 물을 갖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아조프였고 에기나라는 아주 미인의 딸이 있었다. 시시포스는 아조프에게 물을 조금만 나눠달라고 간곡히 간청하였다. 코린트 성으로 작은 물길을 내어 물을 조금 얻을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조프는 시시포스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였다. 오히려 물을 갖고 있다는 오만함으로 그들을 업신여겨 보았다.

여러 날 궁리 끝에 시시포스는 꾀를 내어 다시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아조프의 딸이 절세 미녀라고 신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신이라 해도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을 거라고 떠들었다. 아닌게아니라 아조프는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딸 곁으로 다가설 수 없게 만들었다.

만약에 그런 자가 있으면 아조프는 그 누구도 용서치 않았다. 시시포스는 에기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신들의 자존심과 호기심을 건드렸다. 그러면서 에기나를 데려갈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했다. 시시포스에게 그런 말을 듣는 동안 신들은 자존심이 몹시 상해있었고 에기나에게 몹시 궁금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기나가 사라졌다. 딸이 납치된 것을 알게 된 아조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미 이런 납치사건을 짐작하고 있었던 시시포스는 아조프를 찾아가 주피터의 짓이라고 알려주었다. 아조프는 시시포스에게 딸을 구해 달라고 울면서 간곡히 하소연하였다.

그동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시시포스는 아조프에게 방법을 일러 줄 테니 물을 달라고 하였다. 시시포스는 신들의 형벌보다 한 모금의 물이 절실했다. 그 대가로 시시포스는 물을 얻게 되었지만, 신들은 시시포스가 신들의 비밀을 아조프에게 알려준 것을 알고 진노하였다. 그 순간부터 시시포스는 신들의 벌로 바위를 나르게 되었다. 하지만 시시포스는 신들의 형벌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기꺼이 바위를 날랐다. 왜냐하면, 물을 얻었다는 것은 삶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시포스는 물을 얻기 위해 지혜가 필요했고 삶을 얻었음에 신의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인간은 힘든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무한한 희열을 느끼곤 한다. 고통 속에 들어 있는 희열이라는 말이 왠지 엇박자가 나는 어울리지 않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악착같이 살려고 매달리는 인간에게서 어쩌면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어서이다. 아마도 신들의 형벌이 아무리 혹독하다 해도 인간은 삶을 얻는 순간 웃을 수 있는 것이 그래서일까 이 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시시포스는 그래서 웃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