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사업비를 둘러싼 청주시의회의 갈등

충청논단

2018-08-27     연지민 기자
연지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청주시의회가 구성됐다. 전국 정치권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리면서 청주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거 입성했다. 선거 이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만큼 당색의 편향은 예측됐지만, 청주시의회는 15명의 초선의원을 배출하며 유례없던 의정 기록을 남겼다. 특히 의원 39명 중 40%에 육박하는 15명이 기초의회에 첫 진출했다는 것은 정치계에 새 바람을 기대하는 지역민들의 바람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은 바꿨지만, 시민들이 희망하는 정치의 새 바람은 좀처럼 불지 않고 있다. 의회 구성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정치인들의 선거 전과 후의 이중적 태도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의회 준비기간이라지만 청주시의회 초선의원 5명이 재량사업비를 주민참여예산제로 전환하자고 내놓은 개선안이 전부다.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재량사업비 폐지 요구에 대해 초선의원들은 이 예산을 의원 재량이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방안으로 전환하자는 개선안이었다. 시로부터 의원 1인당 연간 1억5000만원을 받는 재량사업비를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는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다.

초선의원들이 밝힌 입장문을 보면 재량사업비의 문제점이 확연해진다. 그들은 “지역민원의 해결을 위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주민숙원사업이 지역주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 없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거부한다”며 “이를 위해 읍면동 단위의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사업결정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토록 해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의 의견에 시의회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를 두고 초선의원들의 돌출행동이라고 깎아내리는가 하면, 시민단체당이라며 편 가르기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지난 22일 초선의원들이 개최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간담회를 통해 극명하게 표출됐다. 청주시의장은 초선의원들이 간담회 장소로 잡은 특별회의실 사용을 불허하였고, 실랑이 끝에 시의회 건물 지하에 있는 좁고 눅눅한 중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개최해야만 했다. 아무리 견해가 다를지언정 동료 의원들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월권이 아닐 수 없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불만도 컸다. 지역민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은 당선됐다는 명분으로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도 없고, 시민들의 개선 요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에 시의회 무용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더구나 시의회 공간이야말로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함에도 굳게 물을 걸어잠그면서 불통의 이미지만 키웠다. 이런 불통의 이미지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숙원사업 선정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초선의원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재량사업비 앞에 정당의 정치색도 무색해졌다.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며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찍어준 유권자들이 실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전 정권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달라지기는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의원 스스로 의혹을 키운 셈이다.

정당이 같다고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때론 다른 생각이 부딪히면서 갈등이 유발되기도 하고, 새로운 합의점이 도출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는 갈등을 대화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라면 시민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청주시의회의 역할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