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8-15     연지민 기자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지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의 시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쓴 `광야'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싹 틔우길 소원하는 간절함이 들어 있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혼돈의 어둠이 걷히며 큰 강물이 길을 열었듯,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미약하나마 씨앗을 뿌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딱딱한 대지를 뚫고 피어난 가녀린 들꽃처럼 우리의 해방도 누군가의 목숨 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