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보며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2018-08-12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어디서나 제비가 활개를 치며 마음껏 활동한다.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지지배배로 대화를 하며 즐겁게 노닐던 옛 풍경이 회상된다. 우리 농업이 농약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친환경으로의 길이 넓어지고, 생활의 향상에 따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결과다.

옛날부터 제비는 우리와 친근하다. 회귀성 철새이면서 사람과 가장 가까이서 활동한다.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후대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정을 쌓는다. 새끼를 키우며 먹이를 주고 분변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뜰이 어지럽혀져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들녘의 곤충을 먹이로 사용하여 농작물에 피해를 줄여주는 고마운 새다.

한때는 제비 보기가 어려웠다. 생활이 어려워 하루 세끼 먹고사는 것도 힘들 때는 환경을 생각하는 여유가 없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질보다는 양이 훨씬 중요한 시기였다. 농작물의 병해충을 막으려고 무분별하게 농약을 사용하였다. 들에서 자라는 벼에 병이라도 발생하면 공직 생활에 지장을 주는 행정 조치로 징벌이 내려졌다. 농약의 농도를 짙게 처리해서라도 충실한 열매를 많이 얻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농약 잔류는 염두에 두지 않았고 벌레나 균은 사람에게 피해만 준다는 의식이 강했다.

제비는 육식하는 새다. 마구잡이식으로 농약을 사용하여 먹거리인 벌레가 들녘 어디서도 살아남기 어려운 여건을 만들었다. 농약을 뿌리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일손을 절약하여 방제하려고 헬리콥터로도 농약을 살포하였다. 먹잇감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농촌에서도 가끔 제비가 날아다니면 신기할 정도가 되었을 시절이 아주 오래되진 않았다.

요즈음은 생활이 여유로워졌다. 양질의 먹거리 구매는 물론 안전 농산물에 대한 의식도 높다. 농약에 대한 반응도 민감하여 친환경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빛을 보며 농업의 방향도 많이 기울어졌다. 정책적으로도 농약을 사용하여 충이나 병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잔류로 인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통제를 한다. 자연과 싸워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상생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선조에게 물려받은 자연을 후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게 자리한다.

제비는 고전 문학인 흥부놀부전에 등장한다. 작자와 집필 연대는 미상이다. 형인 놀부는 유산을 독차지하며 동생인 흥부를 내쫓았고, 흥부는 아내와 여러 자식과 허름한 집에서 헐벗고 굶주린 채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새끼제비를 고쳐주었고, 다음해에 제비는 박씨 한 개를 선물했다. 심고 가꾸어서 가을이 되자 잘 여문 박이 되었고 박을 켜자 그 속에서 온갖 보물이 쏟아져 흥부는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었다. 육식성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올까.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문제는 있다.

삼월 삼짇날 날아왔다 백로가 되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간다. 한때는 경제 발전에만 온 힘을 기울이다 보니 환경의 오염으로 제비를 보기 어려웠다. 요즈음은 오염되지 않은 옛날의 환경을 되돌아보는 추억을 제비가 보여준다. 개울에서 목욕하며 뛰어놀던 그 시절의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는 날도 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어, 날아다니는 많은 제비를 보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