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그리다

生의 한가운데

2018-08-09     박명애 수필가
박명애

 

고대 로마 귀족들은 집안에 사람 책을 두었다고 한다. 노예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암기하고 있다가 주인이나 손님이 원하면 앞에 나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물이 많은 귀족일수록 사람 책을 여러 권 두었다니 살아있는 도서관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책 도서관이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람책 도서관은 덴마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창안한 리빙라이브러리 `Livi ng Library'로 시작되었는데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성격의 사람책 도서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사람책 도서관은 말 그대로 도서관에서 사람을 빌리는 것이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원하는 책(사람)을 선택하여 예약하면 사람 책과 마주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 책은 독자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 경험들을 주어진 시간 동안 전달하고 공유한다.

최근에 나는 아주 멋진 사람 책들을 만났다. 청년활동가들이 뭉친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이 청년들을 위한 독서캠프를 열었는데 모니터링을 위해 참석했다가 얻은 행운이다. 사람책으로 초대받은 그들은 놀랍게도 젊은 친구들이었다. 청년의 고민을 나누고 미래를 기획하는 청년활동지원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해내고 지켜내려는 지역문화기획자, 대도시에 소외된 지방 재생을 꿈꾸는 도시재생사업가, 허물어져가는 옛 도심이 안타까워 갤러리를 열고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고 청소년들을 후원해온 갤러리관장, 청년 농업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젊은 책들을 만나며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평범한 청년으로 모범생이거나 외제차를 타고 클럽에 가고 싶은 폼생폼사를 갈망하던 그들을 변화시킨 건 `나'와 더불어 `우리'였다. 내가 발 딛고 사는 동네, 그리고 함께 누리기 위한 삶에 뛰어든 그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해 우뚝 선 젊음들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있었고 `어떤 삶을 살면 행복한가'진지한 통찰의 시간들이 있었다.

일곱 권의 사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눈물이 날 듯 고마웠다. 그리고 부러웠다. 그들이 가는 길이 `나'를 넘어 `함께'를 꿈꾸는 길이라 고마웠고 무모해 보이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젊음이 부러웠다. 젊은 책들 덕분에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은 사람 책과 만나고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더러는 고민을 안고 온 친구도 있고 재미로 참여한 친구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심장 한곳이 꿈틀거릴게 틀림없다. 젊음은 불안이 연료라고 한다. 오르는 실업률과 불투명한 미래에 발 묶여 암담하게만 느껴지는 청년들의 삶이지만 잊히고 소외된 곳의 부활을 꿈꾸는 그들이 있기에 미래 희망을 그린다. 생각해보면 도서관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두 사람 책이기도 하고 독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듯 상대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면 세상은 좀 더 평안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람책 도서관 운동이 우리 지역에도 활성화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