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罷場)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8-08     연지민 기자

 

신 경 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시를 읽으면 시골장터 풍경이 그려집니다. 맨날 만나는 친구지만 정겹고 흥겹습니다. 장을 핑계로 걸쭉한 술판이 벌어지고, 흥에 겨워 절로 노랫가락이 흘러나옵니다. 가보지도 못한 한양이지만 장돌뱅이에게 듣는 서울 소식은 그저 그립기만 합니다. 현대사회가 소통, 소통을 외쳐대고 있지만, 시골장터야말로 진정한 소통공간이었음을 한 편의 시에서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