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영국편 1

타임즈 포럼

2018-07-31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여행은 설렘으로 우리를 춤추게 한다. 특히 주부들에게 일탈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누가 어디 가자고 하면 반색하며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강아지처럼 기뻐한다. 특히 문학단체에서 떠나는 여행은 일단 떠나고 보자 형이다. 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세상도 행복하다 주의이다. 보통 주부들보다 나들이가 잦지만, 어느 가정 못지않게 아주 건재하다. 하늘이 내게 준 선물 버팀목, 예쁜 공주, 큰 복이, 대복이가 별 불만 없이 반짝이고 있어서 늘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은 한국문인협회에서 영국의 유명작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워즈워드, 베이컨, 뉴턴, 셰익스피어, 브론테 자매, 조앤 롤링, 등 영국 작가들을 만나러 간다니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 3시에 출발하는데도 피곤하지 않다. 떠나는 기분이 온몸에 착착 감기는 새벽 공기 같다. 선착순 30명을 모집해서 떠나는 문학 기행이라 더욱 설렌다.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공항에 도착하니 동행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화사한 꽃으로 다가온다.

12시간 하늘길에서 다리를 몇 번 폈다 접었다 한 것과 기내식 밥을 두 번 먹은 것과 잠을 잔 것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잠을 자면서도 식사시간이 되면 용케도 눈을 뜨는 무의식 속에 존재한 생존본능의 위대함을 읽는다. 나도 옆 사람이 건네 준 와인까지 음미하며 하늘길을 날았다. 영국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라 혹시 비가 마중 나오지나 않을까 염려했는데 공항에 내리니 초록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첫 번째 일정으로 호텔 세미나실에서 해외한국문학상 시상식과 학술대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내게 중요한 관건 중 하나가 룸메이트가 누구냐이다. 몇 년 전 “윤동주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에서 함께 지냈던 룸메이트와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에서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유쾌한 사람과 짝꿍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여정을 풀고 세미나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내 짝꿍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이름을 호명하자 보라색으로 장식한 여인이 내 앞에 방긋 웃으며 나타난다. 통성명을 하는데 소설을 쓰는 보라공주 000라고 한다. 모자에서 신발까지 보라색이다. 예사롭지 않다. 그녀는 우리보다 한 달 전에 덴마크에 도착해 학술대회와 여행을 마치고 이 행사에 동참했다. 여행기간 동안 유쾌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보라색 도포 자락을 나풀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밋밋한 내 의상에 짝꿍이 걸쳐준 보라색 스카프를 하고 세미나실로 향했다. 둘이 손을 잡고 나타나자 다들 이전부터 잘 알던 사이냐고 묻는다. 처음 대면한 사이지만 남들 보기에 우리가 꽤 다정해 보였나 보다. 간단한 인사에 이어 해외문학상은 미국 댈러스에 사는 젊은 시인이 받았다. 일부에서는 “영국에도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이며 책을 몇 권낸 00라는 훌륭한 작가가 있는데” 하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작가를 찾기가 쉽지 않아 한국문인협회에 기여한 해외작가 중 추천을 받아 결정한 모양이다. 누가 받던 앞으로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을 지켜가며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이어 “해외 한국문학 학술강연”이 있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탓인지 몇 명을 빼고는 대부분이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한다. 나 또한 강연보다는 얼른 밥을 먹고 자고 싶은 생각 더 간절하다. 한국시간을 생각해보니 한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