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2018-07-30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여름 더위는 하지(夏至)가 지나서 극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로 알려진 복날 셋이 모두 하지 후에 있는 것으로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복날의 무더위를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복날을 정해 놓음으로써 여름이 곧 가리라는 희망을 갖게 하여 막바지 여름나기를 독려했다고 할 수 있다.

더위가 극에 달하는 삼복(三伏) 기간에는 해가 이글거리는 낮이 빨리 지나고 조금이라도 시원한 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선(朝鮮)의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여름밤(夏夜)



庭院何寥落(정원하요락) : 정원은 어찌 이리도 적막한가

繩槳坐夜闌(승장좌야란) : 의자에 앉은 채로 밤이 깊었네

自從天氣熱(자종천기열) : 날이 더워진 뒤로부터

覺月光寒(갱각월광한) : 달빛이 차가움을 다시 느낀다

宿鳥時時出(숙조시시출) : 잘 새는 때때로 나타나고

流螢點點殘(유형점점잔) : 흐르는 반딧불 여기저기로 사라진다

詩成句未穩(시성구미온) : 시는 지었으나 구절이 온당치 못하니

吾道信艱難(오도신간난) : 우리의 갈 길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여름철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여름에는 남의 집에 왕래하는 일이 거의 없다.

시인의 집에도 여름철인지라 사람의 왕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의 집 마당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밤이 되었건만, 시인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마당의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서 깊은 밤에 이르렀다. 더위를 피할 목적이겠지만, 여름밤 의자에 앉아 있는 시인에게 예기치 못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먼저 받은 선물은 달이었다. 밤이면 으레 뜨는 게 달이지만, 한여름 적막한 마당에 찾아온 달은 시인에게 각별한 존재였다.

날씨가 더워진 뒤로 달빛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시인의 마당에 보내진 선물은 새와 반딧불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새도 한밤에 잠들지 않고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반딧불까지 특유의 밝고 차가운 빛을 뿌리며 시인의 집 마당 여름밤을 수놓고 지나갔다.

이 모두가 여름밤의 관조 덕분에 만나게 된 횡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