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의 광화문 시나리오

충청논단

2018-07-23     연지민 기자
연지민

 

군기무사령부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군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려던 구체적 계획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군인권센터가 처음으로 기무사 문건을 공개한 이후 20일 추가 문건이 밝혀지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는 계엄 선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 자료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작성됐다는 점에서 국민의 충격은 더 크다. 탄핵 인용이냐, 탄핵 기각이냐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돌던 1년 전 한국의 정치상황을 돌이켜 보면 기무사의 이 문건은 무섭도록 소름 돋는다.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두고 2017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함수업무 수행방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스터리했던 행보에 열쇠가 되어주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권력 유지에 급급했던 그때, 기무사의 광화문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기억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모든 정황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진다. 급박한 정세 속에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1일 갑자기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간담회를 열어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손짓과 미소로 응대했던 신념간담회는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질론에 의혹만 더 키웠다. 1월 25일에는 극우적 성향의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에 출연해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격에 나섰다. 이날 깜짝 인터뷰에서는 촛불집회를 두고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기획설을 제기했고, 탄핵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리고 탄핵심판 쟁점 사항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발뺌으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사심 없이 도와준 사람이었다는 말로 일관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국민이 황당해했던 시간이었다.

그런가 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에서 박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은 몰상식에 가까운 변론으로 국격마저 의심케 했다.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임기를 빌미로 탄핵을 막으려는 꼼수도 이어졌다. 무더기 증인신청, 최종변론기일을 늦춰달라 떼쓰기, 집요한 특검 수사 방해, 황교안 권한대행의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특검연장 거부 등과 같은 비상식적 행태에는 기무사의 문건과 연관돼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탄핵 사유에도 왜 그리 기각될 것이라고 확고한 신념을 가졌는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밝혀진 셈이다.

다행히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기무사의 문건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계엄군으로는 모두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천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천400명 등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 언론통제까지 밑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또 한 번의 역사 속 광주가 광화문에서 반복될 위기를 국민 모두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것이다.

1년 전 탄핵이 기각으로 결정됐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찌 됐을까, 생각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섬뜩해진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게 역사이기도 하나, 진보해 나아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광화문 촛불집회였고, 대한민국이 불행했던 정치사의 큰 파도를 넘어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의 발걸음을 시작했다고 본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모든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독립기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제2의 광화문 시나리오의 싹을 없애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