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The World

낮은자의 목소리

2018-07-19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지난 한 달여간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월드컵의 열기도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본선 16강 진출을 노리며 열심히 뛰었지만 16강 진출은 좌절되었습니다. 하지만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잡으며 체면치레는 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와 인구 400만의 작은 국가로 첫 결승에 안착한 크로아티아 또한 국가적으로 기념할만한 축젯날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정상탈환을 두고 언론에서 이 경이로운 사건을 언급하면서 특별함을 찾았는데 바로 단일민족으로의 프랑스가 아니라 이민자들과 함께 일구어낸 업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프랑스 대표팀을 무지개 팀이라 명하며 세계 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극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체 대표팀 22명 중 20명이 이민가정이었음을 밝히며 나아가 난민 문제에 관해서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덧붙이는 그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 난민문제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예맨에서 온 사람들이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하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더욱이 지난 6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씨가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자신의 SNS에 `난민과 함께해달라'는 글을 쓰면서 인터넷 댓글 공방이 일어났습니다. 한 배우의 개념발언을 두고 어떤 만화가는 비꼬는 듯한 비판적 만화를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난민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의미 있게 접해본 것은 3년 대형병원 앞에서 한 설문내용 때문이었습니다. 파란색 옷을 입은 한 NGO 단체의 젊은이가 시리아 난민이 고향을 떠나 떠돌이 하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골라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답변지에는 1개월, 6개월, 1년, 7년 등등 여러 기간이 나열돼 있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몇 달은 넘을 테고 한 1년은 되겠지'하며 1년이란 표식 위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이 정답은 “7년입니다.”라는 것입니다. 생각 외로 긴 시간의 방랑생활을 한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 그 앞에서 난민에 관한 이야기를 6~7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난민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비참하고 참혹합니다. 미얀마에서 쫓겨나 방글라데시 국경으로 향하던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군인의 인종청소는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며 아웅산 수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지중해의 램파두사에서 자신의 첫 해외순방을 시작한 교황 프란치스코도 바다를 건너며 죽어가는 북아프리카의 난민의 문제를 언급하며 목숨을 건 탈출이야기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불법이민자들의 범죄와 이슬람 무장단체의 만행들을 언급하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을 만드는 듯싶어 우려가 됩니다. 반대만이 능사가 아님에도 그들이 다 범법자들이고 무장세력인 듯 말하는 것은 철저히 왜곡된 것이며 강제송환을 언급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며칠 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에서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은 다양성의 승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세상은 모든 민족과 인종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고 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변화된 세상을 지향하며 이민자들과 난민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할 부정적 상황만을 이야기하지 말고 그들의 비참한 처지와 위기를 바라볼 줄도 알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다양성의 승리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