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

예술산책

2018-07-18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요즘 고등학교 학생들의 꿈은 초, 중학교 때처럼 막연한 희망, 바람이 아니고 현실적인 `진로' 선택이 됩니다. 미술을 포함한 음악 등 소위 말하는 예능계 진로 선택을 위한 학생들의 고민도 갈수록 현실적이고 그 숫자도 꽤 많은 편입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진로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가르칩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또 사실 그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능계 진로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필자는 `좋아! 잘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하긴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요즘 예능계 전공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한정적입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의 전공 활동을 통한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일'을 말합니다.

특히 순수예술이 좋아 프로 작가나 연주자의 길을 가는 예술가들은 정말 배가 고픕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을 빗대어 사회구조적 문제로만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분명 좋아서 선택했고, 최선을 다했고, 그러면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는 예술 활동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말 그렇질 못합니다. 여기에선 일부 극소수의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예술가들의 사례는 접어둡니다.

일반적으로 전업 예술가라 함은 순수예술 활동 및 관련 일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예술가를 지칭합니다. 개인전시회, 개인연주회 등 예술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수입을 얻고 이에 힘을 얻어 또다시 발표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창작의 순환구조 정도만 유지할 수 있어도 전업 예술가들은 참 고맙습니다.

참고로 필자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크고 작은 규모의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가까운 지인은 필자의 작품보다도 도대체 언제까지 해를 거르지 않고 개인전을 하는지 그것이 더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하긴 교사니까 가능하지….' 이 말은 교사는 고정 수입이 있으니까 전업 작가들에 비해 개인발표회가 유리하다고 빗대어 표현한 것인데 이게 현재 우리 사회 예술인들의 현주소는 아닐까요?

문화예술을 지향하는 오늘날, 문화예술인들은 오히려 배고프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지역의 창작 전시회나 순수 음악콘서트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됩니다. 지역 예술 활동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의 노력에 더해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조금 더 눈을 돌려야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지역 영화관만 가보더라도 주말에는 문화예술 체험을 위한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상영관 좌석 대부분이 꽉 차 있습니다. 정말이지 그것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지역의 작은 연주회나 미술관도 찾아줘야 합니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 활동이 결국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 그들은 우리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를 넘어, 수많은 다양한 세계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미래 예술가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의 꿈이, 최소한 예측 가능한 축복으로 이어져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한 꿈이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면 정말 좋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