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을 혁신하라

행복을 여는 창

2018-07-08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청주시의 민선 7기가 첫 출발하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문화'가 지역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사무총장이 시험문제를 특정 응시자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정말 믿기 어려운 사건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본인 스스로 인정하는 자수서를 썼다고 하니 시험문제 사전 유출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

청년 실업과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채용비리에 관한 사회적 공분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이러한 문제가 우리 지역에 터진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이 일을 처리하는 재단과 청주시의 자세다. 비록 이것이 전임 사무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 치부한다 하더라도 관리의 책임이 있는 청주시와 조직운영의 당사자인 재단은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과는커녕 마치 서로에게 감정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어이없는 관계자들의 행태는 시민들을 또 한 번 우롱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문화발전에 걸림돌이 되게 하고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촉발된 재단의 상황을 이제는 단순한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마무리하기보다는 설립 17년이 된 재단의 새 출발을 위한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역사회 문화 관련 일로 문화재단 스텝들과 함께 할 기회가 종종 있다. 일을 통해 만나본 그들은 매우 훌륭한 인재들이었다. 창의력과 소통, 공감 능력이 탁월하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났다. 재단의 가장 최 일선에서 일하는 기획자들은 정말 역량 있는 인재들이라는 것이 경험을 통해 얻은 필자의 생각이다.

재단의 문제는 스태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재단의 비전과 구조, 운영시스템에 있다. 재단의 공식적인 이름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다. 말 그대로 보면 문화산업을 진흥하는 것이 재단 비전의 핵심인 것이다. 출범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른 지자체도 모두가 `문화재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즉 문화 전반을 아우르면서 그중 일부로 문화산업을 다루어야 하지 문화산업이 전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산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 그 명칭을 `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 태생적인 구조의 한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문화산업은 문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만 활성화될 수 있고 문화 생태계는 시민문화가 꽃피어나야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관련 회사와 단체가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의 시민문화가 활성화되어 지역의 예술가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지역에서 소비되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활성화되고 그것이 시민들의 문화 향유로 연결되는 방식이 진정한 문화산업모델인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과 끝은 `시민문화'다.

재단을 시민문화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동부창고를 시민문화촌으로 조성하여 시민문화의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재단을 문화재단과 콘텐츠진흥원으로 분리하고 각각에 맞는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야만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재단의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소통과 공감 능력을 갖춘 새 리더가 필요하다. 아울러 집행부를 견제하고 시민 중심 문화행정을 펼치기 위해 `시민문화회의'를 설치하는 것도 시급하다. 환경과 복지는 우리를 생존하게 하지만 시민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민선 7기 한범덕 시장의 시정목표인 `함께 웃는 청주'는 시민문화 육성으로 달성 가능하다. 과감한 문화재단의 혁신이 함께 웃는 청주의 첫 출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