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산 3락(3樂)

타임즈 포럼

2018-07-04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지도를 보면 충북의 가장 서쪽을 지키는 산이 바로 동림산이다. 세종시 전동면과 천안시 수신면 그리고 청주시 옥산면을 경계로 하고 있으므로 서쪽의 삼도봉(三道峰)이다. 동림산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동쪽의 숲을 이루는 산'이다.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많았던 때문인지 동림산(桐林山)으로 표기했으나 東林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해발 457미터로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청주 주변의 산세를 감안하면 서쪽에 우뚝 솟은 산이다. 바위산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무게감까지 막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산자락이 사방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어, 주변 마을은 물론 바라보는 사람까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창과 오송은 강감찬 장군과 유독 인연이 많은 곳이다. 옥산면 국사리에 강감찬 장군의 묘소가 있고, 오송에는 장군의 병사들이 훈련했다는 병마산이 있으며, 동림산은 장군이 말년을 보낸 곳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므로 미호천 일대는 고려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배후지였으며, 중원을 향한 큰 뜻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이면 살수대첩 1,0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니 새삼 의미가 크다.

사무실 옥상에서 상당공원의 태극기와 일직선상으로 바라보면 듬직한 동림산이 보인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는 날은 여지없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과 봄 내내 동림산은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 없어졌다 희미하다를 반복하더니 최근에야 선명해졌다.

유월의 마지막 휴일을 맞아 멀리서 동경만 하던 동림산을 찾았다. 옥산면 장동저수지의 상류를 산행 들머리로 삼았다. 입구는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지만, 이정표를 따라가노라면 산양삼 재배지를 지나가지 능선으로 난 길로 오른다. 넓게 조성된 등산로가 제법 가파르긴 해도 그리 높지 않아 주능선까지 금방 다다를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 잔 꽃이 지천으로 피는가 하면 생강나무 열매가 영글고, 산딸기가 조용히 익어간다. 쉬어가는 앉은 자리에서는 족도리풀조차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어가는 여름을 향해 노래하는 풀벌레 소리는 유독 높게 들린다. 이 산을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동림산에 가면 호젓한 나만의 산행시간을 가질 수 있다.

동림산의 주봉은 십자봉이라고 한다. 주능선에 오르면 동림리에서 십자봉을 향해 올라오는 등산로와 교차한다. 십자봉을 몇 백미터 정도 앞둔 거리에 산성의 흔적이 나온다. 동림산성은 봉우리를 감싸는 형태인 테뫼식 산성이라고 하는데, 원래 819여 미터에 달하는 큰 규모의 산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흔적으로 남은 것은 매우 작고 초라하다. 십자봉에 올라서면 옛 청원군 심중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지금의 심중리는 연기군에서 다시 세종시로 편입되었지만, 직장생활 초기에 자주 출장을 다니던 곳이다. 십자봉은 숲이 우거져 조망이 생각만큼 넓지 않지만 나무 사이로 오송 평야를 내려다볼 수 있고, 심중리 쪽도 조치원 방향으로 원경을 볼 수 있다.

동림산에서 동림산 3락을 생각해 본다. 첫째, 동림산은 충북의 가장 서쪽을 지켜주는 충북의 진산이다. 산세가 높고 수려하다 할 수는 없지만, 우리 곁에서 묵묵히 일상을 바라보며 지켜주는 어머니와 같은 포근함이 있다. 둘째는 살수대첩 1,000주년을 앞두고 오송과 오창에 산재한 강감찬 장군의 기개와 얼, 그리고 산성에서 느낄 수 있는 역사와 호국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림산 정상에 서면 세종과 충남·충북을 아울러 동시에 품어볼 수 있으니, 이 또한 다른 산에 없는 세 번째 즐거움으로 맛볼 수 있다. 동림산은 비록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동림산 3락을 통해 더 많은 역사적 의미를 찾아 우리들이 지키고 사랑해야 할 산으로 기억하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