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언어와 에피소드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2018-07-04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양철기

 

피아제(Piaget)와 비고츠키(Vygotsky)는 20세기 발달심리학을 대표하는 학자이다. 피아제는 아동을 잠재력이 있는 꼬마 과학자로 보고 개인 내적지식이 사회지식으로 확대, 외면화되면서 지식이 형성되어 간다고 한다. 발달이 학습에 선행하며 언어는 인지발달의 부산물로 생각했다. 따라서 교육은 아동을 과학자로서의 성장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내적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풍부한 물리적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고츠키는 아동은 사회적 존재로 외부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로, 학습이 발달을 선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인지발달과 언어발달은 상호 독립적으로 언어를 학습과 발달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따라서 학교는 아동의 인지발달을 위해 사회·문화·역사적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0, 50대 이상은 대학에서 주로 피아제 이론을 공부해 그의 이론에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에서 협력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현재의 진보적인 교육과 혁신학교 등에서는 비고츠키의 철학과 이론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비고츠키 이론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것이 협동수업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교수-학습방법이다.

유아기 아이들이 혼자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대한 해석은 두 학자의 견해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유아가 교구활동을 혼자서 할 때는 묵묵히 하는 게 아니라 대개 혼자 말하면서 한다.“받아라 폭탄~” “슝~” “에이 모르겠다”등등. 이것을 사적언어(private speech)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에게 말하되 밖으로 소리 내지 않고 말을 하는데 이것을 내적 언어(inner speech)로, 내가 나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피아제는 인지 발달이 미숙한 아동이 자기중심적인 혼잣말을 하는 것을 사적언어라고 생각했으나, 비고츠키는 내적 언어는 혼잣말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사적언어에 대해 비고츠키는 피아제와 달리 사고의 미숙함이 아닌 사고와 문제해결의 도구 또는 보조자적 역할을 하는 도구로 보았다.

유아기의 `혼자 중얼거림'은 발달심리학적으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현대 성인의 `혼자 중얼거림(사적언어, 내적언어)'이 많아졌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간은 이야기하려고 산다.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려고 생각한다. 힘들면, 생각이 복잡하면, 외로우면 사람들은 중얼거린다. 이야기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하소연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기보다 메신저나 SNS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요즘 대세이다. 얼굴을 맞대는 회식자리에서는 말없이 밥을 먹고, 멀뚱멀뚱 휴대전화만 보다가 헤어진다.

왜 얼굴을 맞대고 즐겁게 이야기하기가 힘들까? 에피소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려면 에피소드가 있어야 한다. 메신저나 SNS로는 에피소드를 만들지 못한다. 친구는 교감 시절 직원여행을 가면서 직원 간 에피소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차안에서 최선을 다해 술을 마시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장렬하게(?) 응급실로 실려 갔다(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교감인가…). 아마 그 당시 직원들은 훗날 만남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만날 때마다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이다.

유아기를 벗어난 성인의 혼자 중얼거림은 외로움과 퇴행의 일종이다. 외롭거나 퇴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에피소드를 만들면 좋다. 하여 필자는 몇몇 남자 동료를 꾀어서 젊은 시절 재미나게 했던 `월급날 월급 2% 쓰기'를 다시 시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