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4

時 論

2018-06-28     반영호 시인
반영호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날은 야외 나가기가 두렵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TV보며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니 그것도 싫증이 난다. 번득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 있다. 오토바이로 15분 거리에 있는 둠벙이다. 예전엔 제법 그럴듯한 방죽이었는데 벼농사로는 타산이 맞지 않는 요즘, 농민들은 논농사를 포기하고 비닐하우스에 특수작물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탓에 물이 필요 없는 관계로 관리하지 않아 방죽은 방치되어 늪지로 변하고 말았고 언저리 한곳에 자그마한 둠벙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서둘러 낚싯대 한 대를 챙겨 둠벙을 찾았다. 막상 보니 둠벙이라기엔 너무 크다. 큰 연못이다. 가장자리는 한길이 넘는 부들이 수북이 자라고 수면엔 마름이 빼곡히 덮여 있다. 둑에 빙 둘러 심겨진 버드나무들은 좋은 햇빛 가리개가 되어 주었다. 버드나무 그늘서 바지를 걷어붙이고 발을 물에 드리우고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부들 숲에서 병아리 소리가 난다. 자세히 살펴보니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 뜸부기다. 전체가 흑회색이고 등깃과 날개깃 가장자리는 엷은 회백색 비늘무늬를 이뤘다. 부리는 노란색이고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붉은색 피부가 돌출된 것으로 보아 수컷이다. 잠시 후 병아리들과 나타난 또 한 마리는 암컷이다. 수컷과 암컷은 매우 비슷하지만, 수컷보다 작고 부리가 작다. 몸 아랫면의 줄무늬가 수컷보다 더 폭 좁고 뚜렷하지 않다. 병아리는 하도 빨라 확실히 셀 수는 없으나 10마리 정도 되었다. 어릴 적 그렇게 흔하던 뜸부기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었다. 아마 농약을 많이 쓰면서 올챙이, 미꾸라지, 메뚜기 등이 감소하면서 생태계가 변화되고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사라졌을 것이다.

이곳과 비슷한 곳. 전방 민간인 통제구역과 DMZ 비무장지대다. 주말이면 서비스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사람의 발길이 끈긴 그곳은 지뢰가 묻혀 있고 적의 사정거리에 있어 위험하기는 해도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끝이 없는 갈대밭을 헤치고 나가려면 힘겨웠지만, 태고의 밀림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광활한 그곳에 둠벙이 여러 곳 있다. 나뭇가지에 실을 매어 낚시를 던지면 팔뚝만한 잉어, 붕어, 메기가 달려나왔다.

그 판문점에서 남북한 수뇌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고, 한 달 뒤 또 만났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도 만났다. 곧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엊그제는 6·25였다. 연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군사회담과 철도 도로, 이산가족 적십자 회담이 열리고 있다. 군사분계선은 동서길이 155마일 250㎞, 1000㎢의 어마어마한 땅이다. 비무장지대는 희귀동물들의 주요서식지가 되었으며, 한때 이를 조사하기 위해 남북한 학술조사단의 구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최후적인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되었으나 실제 남북한 모두 감시초소(GP), 관측소(OP), 방송시설, 철책선, 군인 막사, 심지어 군대까지 주둔시키고 있다. 이제는 이 군사시설들이 철거될 수도 있겠다.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며 이 거대한 땅 비무장지대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개발도 좋지만 지금의 자연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익하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며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를 떠올려 본다. 사람의 출입이 없어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이 땅에 대초원을 조성하여 위대한 자연의 사파리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차를 타고 야생동물들이 사는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