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花)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6-20     연지민 기자

 

이 형 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문학소녀는 아니더라도 첫 연은 학창시절 달달 외웠던 시입니다. 젊을 때를 몰랐던 시의 깊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새록새록 더해집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입니다. 가진 게 많을수록 버려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사진은 무심천 장평교에서 만난 태양의 뒷모습입니다. 스러져가며 빛을 발하는 노을, 그 낙화에 따뜻해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