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 온다

세상엿보기

2018-06-17     이영숙 시인
이영숙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문장지 「개벽」에 발표한 이상화 시의 첫 행이다. 액자 시로 걸려 있던 이상화의 이 시가 다시 봄을 맞는 중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상황을 `빼앗긴 들'과 `봄'으로 환유한 이 시는 내가 고교 시절 많이 암송한 시이다.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해방하지 못한 결과는 이해타산에 얽힌 주변국의 간섭 아래 민족 분단이라는 결과를 낳고 동족끼리 70여 년에 이르도록 무기를 겨냥하며 대치해왔다. 주체적이지 못한 인사들과 주변국의 내정 간섭 속에 늘 통일은 미온적인 문제로 서성이다 사라지곤 했다.

이제 정말 주체적인 사고 지향의 위버맨쉬들의 출현이 도래한 것일까. 통일문제에 냉담하던 학생들 사이의 요즘 이슈도 비핵화, 남북 정상회담, 통일 문제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주변국들의 모습이 낯선지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자주 통일이 정답이라면서요? 왜 종전(終戰) 문제와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 못 하는 거죠?”

오래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이 두 민족만의 단순한 전쟁이 아니고 주변국들의 참여와 이념에 얽힌 복잡한 전쟁임을 설명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논술 시간에 `통일은 왜 해야 할까요.' 논제로 하브루타 수업을 하는데 여느 때와 달리 교실이 들썩거린다.

남북통일은 무엇보다 고령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시급한 사안이며 한반도 경제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문제라는 여러 가지 근거를 내놓는다. 어쨌든 정전상태에서 드는 비용이 통일비용보다 더 큰 것은 사실이다. 남한의 우수한 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하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연결하면 원활한 물류 유통을 비롯해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모둠 조로 하브루타 토론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완연하다. 현실화한 통일 문제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니 원고지도 속도를 내어 빼곡하다. 진지한 그 모습들이 얼마나 고요한지 침 넘기는 것도 멈춘 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전 통일 글짓기 시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뜬구름 같던 통일문제에 학생들의 참여도 시큰둥했고 늘 유월이면 학교마다 의례적으로 치르는 문화 행사로만 여겼으니 머리로만 쓰는 글이 당연히 건조했을 것이다.

`어둠의 집 문이 열리고/긴 탁자를 벗어나/형제처럼 손잡고 /오솔길 거닐다가/놀러간 청기와 집/통일은 그렇게 온다//'

학생들의 얼굴에서 한반도의 봄을 읽는다. 한반도의 통일로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면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사막에서도 사자정신으로 살아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더는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는 나라, 힘 있는 나라로 서려면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그런 의식을 고양하는 위버맨쉬, 긍정의 정신도 함양해야 한다.

아이들이 대하는 교과서도 편협한 단면보다는 양면보기를 통한 다면적 사고를 표현하도록 하고 부정적 강화 교육보다는 긍정적 강화 교육을 촉진하는 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삶의 주체적인 동력으로 살 수 있기를,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존재, 자신과 세계를 긍정하는 존재, 주체적인 삶을 사는 존재, 위버맨쉬가 되는 삶이어야 한다. 한반도의 봄, 우리 의식의 봄은 그렇게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