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2)

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2018-06-14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의 슬로건이 `즐거움엔 끝이 없다'라고 하는데, 거기 드라마 중엔 즐겁기만 한 게 아닌 것들도 있었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11.22~2018.1.18.)도 그랬고, 시놉시스(synopsis)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소개되었던 `나의 아저씨'(2018.3.21~5.17.)도 그랬죠.
정말 즐겁기만 한 드라마들이 아니었어요. 저 같은 사람은 그 드라마들이 방영된 수요일과 목요일엔 만사를 제쳐놓고는 거의 본방사수에 들어갔답니다. 지난번에 썼던 소품문 `아저씨(1)'도 있으니, 오늘은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고 싶어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로리타 논란으로 시끄럽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요동치던 `미투 운동(나도 고발한다, Me Too movement)'의 강력한 영향으로 불편한 위치에 있기도 했지만, 40대 아저씨와 20대 초반 아가씨의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각자의 상처를 지닌 `사람'에 집중해 잔인한 현실을 피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찾아 나가는 쪽으로 무사히 항해를 마쳤다고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떤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 같은 것에 빠지면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발췌해 옮겨 적어놓을 때가 대부분인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위키트리(WIKITREE)'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했더군요. 저와 위키트리의 기사가 근접한 관점에서 감동을 받았던 대사들 중 일부를 꺼내 놓을게요.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 지난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 척해. 너희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 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 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냐.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박동훈 부장(이선균 분)이 했던 말 중에서만 옮긴 겁니다. 마음 같아선 여자 주인공이었던 이지안(이지은 분)과 다른 출연자들의 옥석 같은 말들도 그대로 옮기고 싶은 게 많았지만, `아저씨'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니까 참으려고요.
파견직원으로서 참으로 불행하게 살아왔던 이지안은 드라마에서 박동훈 부장을 `아저씨'라고 불렀답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PD저널'의 “개저씨 말고 아저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올바른 정의가 지켜지길 바라며, 때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도 하는 그런 아저씨들이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회까지를 기대한다”는 말을 놓치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아저씨의 모습을 그렸답니다.
다른 아저씨들 보고 “너나 잘하세요!”그런 말 하지 않기로 해요. 말 못하는 할머니 봉애(손숙 분)가 손녀 이지안에게 수화(手話)로 남겼던 마지막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고 귀해.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 거야.”

/에세이스트